“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8일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등 노조 집행부와 함께 등장한 최승호 사장은 먼저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최 사장은 “긴 세월 변함없이 싸우느라 애쓰셨다. 제가 여러분 대표로서 국민께 감사드리고 싶고, 여러분이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며 MBC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 최승호 MBC 사장(왼쪽)이 8일 아침 첫 출근과 동시에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왼쪽)이 8일 아침 첫 출근과 동시에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과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의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 발표에 조합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과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의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 발표에 조합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5년 간 MBC에서 지워진 해직자들의 이름을 되살리는 시간은 2분 여에 불과했다. 최승호 사장과 김연국 본부장은 ‘해고자 복직 MBC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5년 전 해고된 해직자 6명 복직에 합의했다.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였던 이들이 해고된 뒤,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가해 1·2심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MBC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였다. 최 사장은 이날 첫 업무로 상고 취하 등 복직 관련 지시를 하게 된다.

선언문을 함께 낭독한 김연국 본부장은 목이 메인 듯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김 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는 약 2000일 동안 해고됐던,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파업을 진행했던 해직자 여섯 분을 위한 자리다. 이용마 선배의 쾌유를 기원하며 신임 사장에게 응원과 당부를 보낸다”고 말했다.

복직 선언을 마친 최승호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이 있는 14층으로 올라갔다. 허일후 아나운서가 “신임 사장이 임원용 화물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하자 최 사장은 “14층을, 그동안 MBC를 못 들어와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도저히 제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들었다. 겁나는 마음이라 여러분과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최승호 MBC 사장이 평사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이 있는 14층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이 평사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이 있는 14층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이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철통 호위하던 경호팀의 안내를 받으며 평사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이 있는 14층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MBC 사장이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철통 호위하던 경호팀의 안내를 받으며 평사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이 있는 14층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사장과 함께 14층에 올라간 사원들이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이 쓰던 호화로운 사장실을 둘러보고 사장 자리에 앉아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사장과 함께 14층에 올라간 사원들이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이 쓰던 호화로운 사장실을 둘러보고 사장 자리에 앉아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사장과 김연국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14층 접견실에서 잠시 숙연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승호 사장과 김연국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14층 접견실에서 잠시 숙연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사장실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장실 옆 대회의실을 둘러보던 김연국 본부장은 “여기가 대부분 징계나 인사위원회 때문에 오는 자리이다. (징계가 아닌 이유로는) 처음 와봤다”며 격세지감을 표현했다.

‘사장 전용 침실’을 안내 받은 최 사장은 옆에 있던 PD들에게 “편집하다 씻으러 오라”고 너스레를 떨다 “회사 내에 잘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 작가분들도 공간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오늘과 만난 허유신 노조 홍보국장은 “(최승호 사장이)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시도를 막아주겠다고 말했다”면서도 “공정보도와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 역할이 크지 않다. 알아서 잘 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사장의 취임으로 향후 MBC 내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도 주목된다. 출근길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 사장은 노사 공동 ‘MBC 재건위원회(가칭)’를 통한 인적 쇄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로 전 정부에서 ‘김장겸 MBC 체제’에 동조했다고 지적 받아온 신동호·배현진 아나운서가 언급됐다.

최 사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11명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와 관련해서는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하리라고 본다”며 앵커 교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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