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북한 귀순병 기생충 사건과 관련해 북한 결핵환자 비율이라며 인용한 데이터가 사실과 다른 데이터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바로잡습니다’를 실었지만, 이 데이터를 제시한 재단이 알려왔습니다라는 형식으로 ‘바로잡습니다‘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쓴 기자는 “어떤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고 쓴 것”이라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4일자 1면 기사 ‘북한 주민 사망 31%가 감염병’에서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를 통해 귀순한 오모(25) 북한 병사가 결핵·B형 간염·기생충 등 각종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 같은 감염병이 북한 주민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핵과 B형간염 등 북한의 감염병 실태를 보도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북한의 결핵 환자 비율을 인용한 데이터가 사실과 달랐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특히 북한에서 결핵 관리 사업을 하는 유진벨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여러 결핵약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전체 결핵 환자의 31.4%(2012년)로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이 보도를 한 뒤 조선일보는 2주일 만인 7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에서 “본지는 11월 24일자 A1면 ‘북한 주민 사망 31%가 감염병’ 기사에서 ‘유진벨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전체 결핵 환자의 31.4%(2012년)’라고 썼습니다”라며 “그러나 재단 측은 ‘이 조사 결과는 전체 결핵 환자 중 다제내성 환자 비율이 아니라, 다제내성 결핵 환자 중 2차 약제까지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31.4%라는 것’이라며 ‘북한의 전체 결핵 환자 중 다제내성 환자 비율에 대해 재단 측은 조사·발표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라고 정정했다.

▲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지난 6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신축 병동 사진을 보여주며 치료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지난 6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기자회견에서 신축 병동 사진을 보여주며 치료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진벨 재단에 따르면, 결핵에는 크게 일반결핵과 다제내성 결핵으로 나뉘는데, 대표적인 결핵약을 투여해도 내성을 보이는 중증 결핵을 ‘다제내성 결핵’으로 분류한다. 조선은 그런 중증 결핵이 북한 전체 결핵 환자의 31.4%라는 자료를 인용했다고 썼지만, 정작 그런 자료를 갖고 있는 유진벨재단은 다제내성 환자 가운데에서도 2차 약제까지 내성을 보이는 비율이 31.4%라고 바로잡은 것이다. 기준을 전혀 다르게 잡고 보도한 것이다. 그 의미도 전혀 다르다.

이와 관련해 유진벨재단측은 7일 미디어오늘 취재에 “정확하지 않은 보도에 대해 정정한 것일 뿐 그밖의 어떤 것도 밝힐 의견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김동섭 조선일보 보건복지전문기자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료 인용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냐는 질의에 “당연히 시인한 것”이라며 “(자료가) 그쪽(유진벨재단)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자료인용이 왜 이렇게 틀린 것인지에 대해 “유진벨 자료를 보고 쓴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교수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을 보고 쓴 것”이라며 “유진벨한테 자료를 받았으면 그걸로 썼을 텐데, 대학교수가 토론회에서 발표를 했기 때문에 믿고 쓴 것이다. 북한 전체 결핵환자의 실태를 다 조사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밖에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교수가 어느 토론회에서 밝힌 자료인지 출처를 밝혔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김 기자는 “출처를 안밝힌 것은 잘못일 수 있다”며 “하지만 기사를 쓸 때 모두 1차 자료를 다 보고 쓰지 못할 수 있다. 북한 자료를 인용보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감염병 실상이 처참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사실과 다른 데이터로 과장된 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기자는 “내가 해석한 게 아니라 교수가 발표한 것을 썼을 뿐”이라며 “북한에 나쁜 감정을 갖고 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4일자 1면
▲ 조선일보 2017년 11월24일자 1면
▲ 조선일보 2017년 12월7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
▲ 조선일보 2017년 12월7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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