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직원이 윗선의 영업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11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실이 언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탄원서를 통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에서 광고영업을 담당하던 A씨는 올해 초부터 매일 오전·오후 열리는 영업회의에서 B상무의 과도한 실적압박과 욕설, 인격 모독성 발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7월에 병가를 내고 8월 초 약물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정상적 생활이 어려워진 뒤 결국 지난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온 몸에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재 A씨는 회사 얘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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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함께 일했던 한 직원은 “A씨가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는데 B상무가 오고 6개월 만에 폐인이 됐다”며 “B상무가 올해 초 온 뒤 영업회의에서 폭언·욕설이 무척 심했다. 수십 분 간 욕설이 이어지는가 하면 모욕적 표현, 과도한 매출 압박, 퇴출 협박이 도를 넘었다. 영업회의를 들어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B상무가 오고 나서 퇴사한 직원이 10명이란 증언도 나오고 있다. A씨만의 문제가 아니란 의미다.

A씨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최근 동아일보 경영진에 탄원서를 냈다. 이들은 “A씨의 병이 깊어진 것은 5월경부터다. 누구보다도 일 욕심 많았던 그가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원인은 회사가 진상조사를 하면 다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A씨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도 엄정한 조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과 및 문책을 요구한 상태다.

직원들은 B상무를 가리켜 “답변이 불가능한 트집 잡기용 질문들, 50세 이상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발언, 일상적 욕설과 폭언 등은 영업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졌던 A씨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뒤 “아무리 시급하고 중대한 경영논리라도, 사람 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지난 10개월간 벌어진 불의하고 참담하고 기괴한 일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투신에 조직문화 도마 오른 서울시’(2017년9월28일자)와 같은 기사를 쓰며 사회병폐를 다뤄왔던 동아일보가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외부로 이 사안이 공개될까 쉬쉬하기만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윤리적인 업무환경으로 평가받는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실적을 위시한 한국기업의 폭력적 조직문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소속 장영석 노무사는 이 사건을 두고 “과도한 실적 강요와 질책에 따른 업무상 질병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동아일보 측은 지금까지 A씨에게 공식 사과나 명확한 보상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가족들을 만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힌 뒤 B상무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의 관련성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B상무는 이메일을 통해 “사실 관계가 틀린 주장(상습적인 폭언과 욕설)을 전제로 한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B상무에 대한 인사 조치는 사건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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