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시민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여야 원내지도부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상위 10%는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은 만 0~5세 아동 모두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었지만, 여당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자유한국당 측 주장을 수용했다.

아동수당 지급 시행 시기 역시 내년 7월부터라는 정부 안에 대해 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10월부터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3일 논평을 내고 “아동과 가족의 복지는 안중에 없고 오직 선거 결과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소한의 책임성도 없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모든 아동의 권리 보장과 여성 지위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 예산안 협상을 위한 교환 대가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아동수당의 제도 도입 과정부터 보편적 지급 원칙이 훼손된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양보’를 했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사진=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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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지급 개시 시기 관련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눈앞의 선거 결과에 온 정신을 빼앗겨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을 정략적 협상의 무기로 혼동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략적 사고에 매몰돼 보편적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야당의 반역사적 시도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을 반대하는 측은 주로 재정 부담 우려와 함께 소위 ‘금수저’ 자녀에게까지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는 외국의 사례처럼 보편적 지급 후 수당을 과세소득으로 간주해 소득 상위계층이 받은 수당 일부를 조세로 환수하는 소득 재분배 장치를 고민해야 할 일이지, 모든 아동의 권리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포기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멕시코·터키를 제외한 31개국이며, 이 중 20개국이 소득 기준에 따른 배제 없이 전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아동·가족 부문에서 OECD 최하위 수준인 GDP의 약 1.4%만을 지출하고, 이마저도 보육서비스에 집중된 한국의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소득 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모두의 보편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사회적 대안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보편적 아동권을 보장하는 사회수당인 아동수당이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적인 아동수당 지급이 이뤄질 경우,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납세자의 정치적 지지 약화로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저소득층 여성이 노동시장 참여 대신 가정에서의 양육을 수행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불평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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