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이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29일 “마치 KBS 이사회가 많은 액수의 돈을 횡령한 것 같이 잘못된 인식을 심어 놨다”, “내용을 봐도 사람을 잡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후 KBS 이사회에서 “감사원이 KBS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많은 것처럼 간주돼 이 사안을 정식으로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사원 결과 자체에 잘못된 점이 많은데도 감사 결과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또 “KBS 이사회가 많은 액수의 돈을 횡령한 것 같이 (감사원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놨는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우리는 공적 대상이니 감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가 KBS 이사들을 고발해 전원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는 방송의 독립성에 문제를 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 KBS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9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 KBS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9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감사원은 지난 24일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KBS 이사진이 1175만3810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사용 등으로 부정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사적사용으로 의심되는 시간·장소 등에서 지출하고도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정사용 의심’ 금액이 7419만3480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이사장을 포함한 현 야권 추천 KBS 이사들의 유용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해임을 포함한 인사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방통위는 KBS 이사 해임 건의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 이사장의 발언 수위는 평소에 비해 높았다. 이 이사장은 “감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봐도 사람을 잡기 위해서 (감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결코 사회적으로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방통위는 방송을 국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며 “감사원과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한 결과를 토대로 KBS 이사가 강압적으로 사퇴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특단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KBS 이사에 대한 노조의 불법적인 압박 행위 및 이사회 회의 동영상 유포 대응 방안 논의 △2018년도 종합 예산(안) △이사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및 대책 논의 건 등 3가지였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고대영 KBS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출석해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대표 노조(1노조·KBS노동조합)와 오랫동안 협의했고 지난 23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며 “본부노조(2노조·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와도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는 지난 9월4일부터 고 사장과 이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공정방송’ 총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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