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에 10대 때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임신중절을 요구받았다고 제보한 여성의 주장이 허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포스트 취재진의 팩트체크가 빛을 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7일, 제이미 필립스라는 여성의 로이 무어 앨러배마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관련 ‘드라마틱’한 성추문 제보가 허위이며 제보자가 언론을 타깃으로 하는 보수단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필립스씨가 ‘프로젝트 베리타스’라는 보수 성향 단체의 일원으로서 이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 스테파미 맥크러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제보자 제이미 필립스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동영상 갈무리
▲ 스테파미 맥크러멘 워싱턴포스트 기자(왼쪽)가 제보자 제이미 필립스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동영상 갈무리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제보자 필립스씨와 2주에 걸쳐 제보 내용에 관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그의 이야기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제보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필립스씨는 “저널리스트를 타깃으로 하는 어떤 단체와도 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사무실에 걸어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단체가 “주류 미디어와 진보 성향 단체들을 타깃으로 그들이 편향됐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가짜 이야기와 영상 등으로 함정 조사를 벌이는 곳”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단체 설립자인 제임스 오키프씨에게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필립스씨를 고용했는지와 무어 측과 함께 일했는지 등을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허위 제보의 단서를 찾은 것은 워싱턴 포스트 취재진의 팩트체크와 엄밀한 배경 조사 덕분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필립스씨가 10대 시절 여름 한 때만 앨러배마에 살았다는 주장과 달리 현재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에 앨러배마 지역코드가 포함된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또 취재진은 그가 직장이라고 밝힌 ‘NFM 렌딩’에 확인한 결과 그가 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그가 면접을 봤다는 회사 ‘데일리 콜러’에서도 면접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정적인 단서는 필립스씨가 지난 5월 ‘고 펀드 미’라는 모금 웹사이트에 올린 글이었다. 앨리스 크라이트 워싱턴포스트 리서처는 해당 사이트에 동명의 인물이 “진보적인 주류 언론의 거짓말과 기만에 맞서 싸우는 보수성향의 미디어 단체에 일자리를 얻어 뉴욕으로 떠난다”고 올린 내용을 찾았다.

▲ '프로젝트 베리타스' 홈페이지 갈무리.
▲ '프로젝트 베리타스' 홈페이지 갈무리.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로부터 두 달 전인 지난 3월 ‘프로젝트 베리타스’는 가짜 신분을 써서 사람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폭로하게 하는 ‘첩보 기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해당 단체는 공고에서 지원자가 △대본 외우기 △주어진 역할을 뒷받침하는 배경 준비하기 △타깃과 접촉하거나 약속 잡기 △몰래 녹음 기기 작동시키기 등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필립스씨는 자신이 이같은 내용을 밝히면 무어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할 거라고 보장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취재진이 필립스씨와 만나 ‘오프 더 레코드’로 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우리는 항상 ‘오프 더 레코드’ 합의를 지키려고 하지만 이번 경우는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고 난처하게 하려는 사기의 진수였다”면서 “‘베리타스’의 의도는 우리가 함정에 빠져 들었다면 그걸 공개하려는 것이었다는 게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의 엄밀한 저널리즘 덕분에 속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필립스씨와 인터뷰에서 ‘고 펀드 미’ 페이지를 보여준 당일 저녁 모금 글이 비활성화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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