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 ‘낙태죄 부작용, 사회적 논의 시작’”
국민일보 “‘낙태 허용’ 해법될 수 없어, ‘생명 존중’ 근본 대책 절실”
동아일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뒤 ‘新관치’ 그림자”
서울신문 “기름 유출 10년…돌아온 청정 태안”
세계일보 “‘엉터리 통역인’에 두 번 우는 난민들”
조선일보 “가계빚 최악인데, 이자폭탄 다가온다”
중앙일보 “4억 대출 가능 2주택자, 내년엔 1억 줄어”
한겨레 “고교 현장실습 ‘3대 악습’ 끊자”
한국일보 “기술력의 힘, 세상을 바꾸는 착한 기업들”

청와대가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의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낙태죄 폐지 의견을 남겼다.

30일 간 20만 명 이상이 추천하는 청원의 경우 청와대가 답변을 하는데 해당 청원은 약 23만 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조국 민정수석이 답변한 영상을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 이런 식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 27일자 국민일보 3면
▲ 27일자 국민일보 3면

이에 따라 청와대는 내년부터 임신 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았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피임교육,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 문화 활성화 등 임신중절 관련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 수석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진행 중”이라며 “실제 법 개정을 담당하는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해 해당 기관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조 수석은 지난 2013년 9월 학술지 ‘서울대학교 법학’에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에서 1973년 제정된 뒤 개정되지 않은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범위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행 형법 269조에 따르면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도 처벌을 받지만 조항이 사문화되고 있다.

종교계, 여론몰이 압박은 안돼

청와대 발표에 대해 기독교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기독교계는 “건전한 공론화는 환영한다”면서도 “(미리 합법화) 결론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 과정만 진행하는 건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국민일보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심리 결정을 앞두고 여론몰이를 통한 압박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은 국민일보에 “결론을 내놓고 생명의 기준을 수정 후 12주냐 13주냐는 차원의 논의는 반대한다”며 “수정 후 몇주가 됐든 기독교에서는 생명으로 보고 있고 이를 법적으로 재단하는 건 또 다른 생명윤리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는 국민일보에 “헌법재판소는 국민 여론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가장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소리 없는 태아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과 공론의 장은 별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계도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면에서 낙태 현황 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다. 천주교계 역시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불교는 기본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다수의 임신중절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해 인공임신중절의 한계를 최소화하면서 생명과 생명체의 존중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7일자 국민일보 사설
▲ 27일자 국민일보 사설

낙태죄를 찬성하는 시민단체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임신을 하면 낙태할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 아기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는 것”이라며 “권리 주장만 있고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고 했다. 이어 “낙태의 문을 열었을 때 생명경시 풍조가 더 만연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

국민일보는 사설 “‘비혼모’ 편견 바로잡아야 불법 낙태 없앨 수 있다”을 통해 “낙태는 어쩔 수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고 낙태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신문은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한 여성 또는 배우자에게 질환이 있는 경우, 성폭행에 의해 임신한 경우, 근친상간의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를 적시해 엄격하게 예외를 인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그러나 많은 여성이 미혼모가 될 수 없다는 이유,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 낙태를 선택한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들의 사연에는 무책임한 성적 방종만 담긴 게 아닌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국민일보는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앞세워 서로를 헐뜯는 소모적인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낙태를 반대한다고 구시대적인 인물로 낙인찍고 비하하거나,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을 더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낙태죄 손질, 전향적 검토

경향신문은 청와대 입장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관련 법 규정도 사문화되다시피 한 낙태죄는 이제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OECD 35개 회원국 중 29개국에서 ‘임신부 요청’이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현행 규정의 유지·폐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등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어떤 낙태인가’를 논의할 때”라며 “예컨대 임신기간을 12주, 18주, 24주 등으로 나눠 허용 여부를 달리하는 ‘기한규제’는 두 권리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낙태죄 손질과 별개로 당장 정부가 할 일도 적지 않다”며 “피임 교육·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생부 연대책임 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낙태죄 폐지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설 “여성에게만 굴레 씌우는 ‘낙태죄’ 이대론 안된다”에서 “미국과 독일의 경우 임신 12주 내에 임신부 동의 하에 실시하는 임신중절술은 처벌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임신 초기 본인이 요청한 임신중절은 가능하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시술 전 3~8일간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처럼 임신중절의 부분 합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모자보건법을 고쳐 임신 주수별로 위법 적용 여부를 달리하거나, 인정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낙태죄가 여성에게 자기 몸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주지 않겠다는 남성 중심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 시민권의 박탈이자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일축하기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라며 “수많은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과, 범죄로 취급되는 낙태로 인해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사회적 참사법, 동아 “5번째 조사” 비난

국회가 지난 24일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을 통과시키면서 세월호 침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위한 2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하게 된다. 세월호 특조위에 대해 수많은 비난이 가해졌던 것처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 “2020년까지 이어질 5번째 세월호 조사”에서 “세월호 사건은 2014년 4월 발생 이래 검경 합동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1기 특조위 조사까지 모두 4차례의 수사와 조사를 거쳤고 재판까지 끝났지만 이제 다시 최대 2년의 특조위 활동과 특별검사 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특조위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수사에 감사에 특검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들인다면 세월호 중복 조사에 대한 국가적 에너지 소모 논란을 더 커질 것”이라며 “이미 네 차례의 수사 조사를 거친 터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의문이고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 데 또 국가 자원을 써야 하는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런 시선에 대해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사회적 참사법’ 비판하며 피로감 조장하나”에서 “일부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5번째 조사까지 해야 하느냐며 이번 법안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가 국회와 1기 특조위 기간 내내 진상 규명을 방해해 활동이 중단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고 ‘세금도둑’ 운운하며 유족들을 모욕해온 옛 여당 인사들이 이번 법안마저 반대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그동안 진상 은폐조작에 앞장서오다 유골 늑장보고 사건을 침소봉대해 ‘정권을 내놓아야 할 범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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