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공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
공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
[인터뷰] ‘긱블’, 올해 네이버로부터도 5억원 투자 유치... “수준 높고 착한 콘텐츠 비결”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막을 수 있을까? 게임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꼬마돌’이 공중에 떠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면 어떨까? ‘괴짜’(geek) 같은 발상이지만 이런 발상도 실현 ‘가능’(able)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에서만 등장할 줄 알았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공학의 멋짐’을 알리는 미디어 스타트업 ‘긱블’(Geekble)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있는 긱블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아이디어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포항공대 출신 22살 동갑내기인 박찬후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김현성씨, 정용준씨는 사무실 한 켠에 놓인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분홍색 포스트잇에 긱블의 대표 콘텐츠 ‘어제만든’에서 선보일 아이디어를 적어 내려갔다. ‘프라이팬’과 ‘꼬마돌’ 아이디어도 이날 나온 아이디어 15개 중 일부였다.

▲ 긱블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 긱블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긱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가장 보이는 문구는 ‘공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다. 박 대표는 “예술을 전달하는 방법은 공연, 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과학을 전달할 방법은 논문 뿐일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긱블 창업 이유를 밝혔다. 긱블의 콘텐츠는 주로 기발한 발상을 실제로 구현해 만들어내는 ‘어제만든’과 기발한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정말 중요한 질문들’ 등 두 가지다.

긱블은 인기 게임 ‘오버워치’에 나오는 총이나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쓰는 광자포를 실제로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3월부터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18개의 영상을 올렸다. 벌써 유튜브 구독자는 3만5000명, 누적 조회수는 260만회를 넘었다. 페이스북 팔로워도 2만4700명을 웃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18~24세 젊은 연령층이다. 이들의 영상에는 “멋있어요 더 보고 싶어요”, “천재냐” 등의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멋지지만 불친절하다. 긱블은 영상에서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거나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것도 오랜 고민의 결과다. 김씨는 올해 1월 긱블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도대체 어떤 콘텐츠를 내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약 10개의 영상을 만들었다가 모두 “재미가 없어서” 올리지 못했다.

그는 “도대체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며 ‘스마트 길트’에 빠졌다고 했다. ‘스마트 길트’는 박 대표가 만든 말로, 과학 전공자들이 일반인들에게 과학 이론 등을 설명할 때 더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단백질’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을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식이다.

“기존 공학 스토리텔링은 너무 친절해서 쉽게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과학과 공학을 알고 싶어하는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사람들이 잘 안봅니다.”

▲ 긱블의 '액화질소 발사하는 오버워치 메이 총! 영하 196도의 위엄!' 갈무리.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110만회를 기록했다.
▲ 긱블의 '액화질소 발사하는 오버워치 메이 총! 영하 196도의 위엄!' 갈무리.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110만회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찾은 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속 소재였다. 그렇게 해서 첫 영상인 ‘양덕도 울고갈 소화기로 만든 아이언맨 광자포!’가 탄생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24만회에 달한다. 실제로 이날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영화 ‘데드풀’, ‘해리포터’, ‘배트맨’ 등과 지난 15일 있었던 지진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인기 콘텐츠를 활용하자거나 시의성 있는 주제를 활용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미디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얻은 인기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박 대표의 답은 “그렇다”였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워크샵을 해도 수익이 발생하고, ‘퀄컴’ 등 다른 기업과 협업해서 영상을 만들어도 편당 돈을 받는다”고 밝혔다. YTN사이언스에는 내년 4월까지 3주에 한 번씩 영상을 내보내 콘텐츠 사용료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사실 수익보다는 우리 콘텐츠를 방송에 낸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며 “뉴미디어지만 기성 언론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밝혔다.

긱블은 이달 네이버로부터도 5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비결은 고급이면서 ‘착한’ 콘텐츠를 내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네이버가 TV 사업을 하고 있어서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부족하고 콘텐츠 공급자도 부족하다”면서 “그런데 최근 미디어 생태계에는 자극적, 선정적 콘텐츠가 넘치는 등 착한 공급자가 적어서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콘텐츠는 확실히 새롭고 재밌다”며 “사람들이 선정적, 저질 콘텐츠 보다는 고급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긱블의 '페페 눈물 정수기!! 슬픈 말을 하면 물나오는 정수기' 갈무리. 이 영상에서 긱블은 구글의 음성인식 API를 활용해 슬픈 말을 들으면 물이 나오게 하는 정수기를 만들었다.
▲ 긱블의 '페페 눈물 정수기!! 슬픈 말을 하면 물나오는 정수기' 갈무리. 이 영상에서 긱블은 구글의 음성인식 API를 활용해 슬픈 말을 들으면 물이 나오게 하는 정수기를 만들었다.
해외 콘텐츠도 많이 참고했다. 긱블은 유튜브 채널 ‘콜린퍼즈’(colinfurze), ‘핵 스미스’(Hack Smith)를 보면서는 빠른 템포로 영상을 만드는 점을, ‘커츠게사트’(Kurzgesagt)를 보면서는 모션 그래픽을 이용해 누가 봐도 재미있게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는 점을 익혔다.

그러나 재밌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갇혀 있으면 안 된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영상을 발행하기 직전에 지인들에게 조금씩 보여준다”며 “좋은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얻을 점이 있어서 마지막 부분만 살짝 바꿔줘도 웃음 포인트가 산다”고 말했다.

긱블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저 재미있는 과학·공학 영상을 보여주는 것일까. 박 대표는 “사람들이 긱블의 콘텐츠를 ‘그냥 재밌다’고 생각하고 말아도 된다”며 “긱블의 콘텐츠는 과학 저널리즘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해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고 △대중과 연결하고 △과학을 검증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진달용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0년 8월 ‘사이언스타임스’에 “과학저널리즘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과학의 대중화’, ‘과학문화의 창달’, ‘과학기술계에 대한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맥락이 같다.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있는 긱블 사무실에서 긱블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성 이사, 정용준씨, 박찬후 대표.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있는 긱블 사무실에서 긱블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성 이사, 정용준씨, 박찬후 대표.
박 대표는 “즐거움을 알리는 일을 어느 정도 달성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는 사람들과 연결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서울에 사무실도 마련했으니 우리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서 워크샵,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들의 일상을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 개설도 논의 중이다. 김씨는 “독자의 로열티를 높이고 싶다”며 “이런 재밌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애들이다’라고 독자들에게 설명해주면 훨씬 더 집중해서 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 1월 창업할 때부터 ‘큰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2~3년 후에는 하나의 사업 방향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긱블에서 만드는 것과 같은 제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메이커 키트’를 제작해 판매하거나 긱블을 주축으로 전국에 과학·공학 교육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물론 그와 동시에 지금과 같이 ‘어제만든’, ‘정말 중요한 질문들’ 등의 동영상 콘텐츠는 계속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5년 후에는 긱블이 과학·공학을 대표하는 존재가 돼 있을 거다.” 박 씨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에게 과학·공학의 즐거움을 알리고 그를 바탕으로 과학자, 공학자 사회에도 공헌을 하는 게 최종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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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7-11-27 00:29:16
대학생 창업의 가장 큰 문제는 군대..아이템이 성장해나가도 결국 군대가야해서 다 망쳐짐. 뭔가 해결책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