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논란에 휩싸인 故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빈소 관련 중앙일보 기사는 오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7일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의 파장은 컸다.

국민일보, SBS CNBC, 세계일보, 뉴스타운, 채널A, OBS NEWS, 한국경제, TV조선, 일요신문 등이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보도 했다. 격양된 검찰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오보 논란이 일기 시작한 건 지난 9일이다. CBS노컷뉴스는 9일 “국정원 관련 수사는 왜 죽음으로 이어지나”라는 기사에서 “취재해보니 이 현직 지청장은 아무개 지청장인데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런 보도가 확산되자 대검찰청에서도 “너희들이 죽였다”는 발언은 “해당 지청장이 아니라 유족 측에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렸다. 비슷한 발언이 있었던 건 맞지만 발언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 11월7일 중앙일보 2면 기사
▲ 11월7일 중앙일보 2면 기사

중앙일보의 기사 수정은 오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중앙일보는 9일 오후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제목을 “변 검사 지인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제목으로 수정했다. 기사 본문 중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라는 부분은 “그 즈음 빈소 한 켠에서 ‘너희들이 죽였다’ 소리가 들렸다”고 수정됐다. ‘너희들이 죽였다’ 라는 발언은 있었지만 그 주체를 삭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일보가 해명이나 사과 없이 은근슬쩍 기사를 수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7일 이후 일련의 과정을 두고 “중앙일보 오보, 받아쓰고 모른 척 하면 끝?”이라는 논평을 냈다. 민언련은 해당 논평에서 “중앙일보 행보는 치졸해보일 지경”이라며 “지목된 검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런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나 사과보도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실 관계를 단순 착각한 게 아니라 적폐 수사에 제동을 걸 수도 있었던 중대한 오보”라며 “(중앙일보는) 여차저차해서 그랬다는 해명을 해야 한다. 일부러 수사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게 아니라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팩트와 사실에 근거해서 쓴 것”이라며 “팩트나 사실이 틀려서 수정한 게 아니라 기사 의도와 달리 특정인에게 과한 피해를 끼칠까 우려돼서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앙일보 7일 기사에는 현직 지청장이 특정돼 있지 않았다. 특정했을 경우 검찰 내부 분위기보다는 특정인을 겨냥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사가 퍼지면서 현직 지청장이 누구인지 특정됐고 당사자의 ‘억울하다’는 입장이 보도됐다.

이후 중앙일보는 기사를 수정했다. 이는 당사자와 중앙일보의 조율 과정을 거친 결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기사 수정 이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당사자 역시 법적대응을 거론하고 있지 않은 것도 조율과정의 결과로 보인다. 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오보라고 비판한 곳 중 중앙일보에 ‘크로스 체크’를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역으로 비판했다. 실제 민언련과 ‘김어준의 뉴스공장’ 모두 취재 없이 노컷뉴스 보도만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청장이 부인했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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