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13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사장 이완기) 이사회를 통과한 가운데, 김 사장은 해임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김 사장은 이번 해임안을 통과시킨 방문진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거수기”라고 비판한 뒤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취임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려고 온갖 권력 기관과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말 나라다운 나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사장은 “언론노조 협박으로 가족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공영방송 이사가 퇴진하는 게 진정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말했다.

▲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13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를 통과했다. MBC 정상화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13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를 통과했다. MBC 정상화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사장은 또 “모두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추진 방향과 과정을 충실히 적시한 ‘민주당 방송 장악 문건’ 그대로”라며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독립과 중립은 정권과 궤를 같이 하는 세력들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홍위병을 자처한 무소불위의 언론노조에는 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자신을 ‘희생자’로 규정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더 이상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노영방송으로 되돌아갈 MBC가 국민의 공영방송이 아닌 현 정권의 부역자 방송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끝으로 주주총회라는 요식행위가 남아있지만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 수호, 방송의 독립과 중립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강제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성명을 마무리했다.

이날 방문진은 해임안을 가결한 직후 MBC에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건을 처리하는 주주총회를 오후 6시 소집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주식회사 MBC가 주총을 통해 김 사장을 직접 해임해야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주총 소집권한은 MBC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 사장에게 있다.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은 김 사장의 입장에 대해 “지난 9년 동안 MBC가 망가진 데 대한 책임이 있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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