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해 KBS 간부의 강압적 취재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송명훈·서영민 KBS 기자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항소심에서도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 10일 KBS 항소를 기각하고 두 기자가 받은 ‘감봉 2개월’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규칙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를 하려면 상사의 직무상 명령 또는 지시가 정당한 것이어야 하지만 아이템에 대한 이견 제시와 이견 조정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지정한 아이템 취재 강행을 요구하는 것은 직무상의 정당한 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BS 방송편성규약 등에서 명시된 대로 원고(송명훈·서영민 기자)들은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기자들로서,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위 아이템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은 경우에 해당해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 2016년 7월2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 영화는 KBS와 KBS미디어가 30억 원을 투자한 반공영화로, KBS 보도·다큐를 통한 지나친 홍보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사진=KBS
▲ 2016년 7월2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 영화는 KBS와 KBS미디어가 30억 원을 투자한 반공영화로, KBS 보도·다큐를 통한 지나친 홍보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사진=KBS
KBS 보도본부 간부들은 지난해 7월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데 평단에서 혹평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자들에게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가제)’이란 아이템 취재를 지시했다.

이에 두 기자들은 영화가 흥행 돌풍이라고 보기 어렵고 전문가 평점을 비판하고 특정 영화를 옹호하는 데 근거가 부족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KBS 기자협회는 편성규약에 따른 보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이 사안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해 8월24일 두 사람에게 각각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 영화는 KBS와 KBS미디어가 30억 원을 투자한 반공영화로, KBS 보도·다큐를 통한 지나친 홍보가 입길에 오르내렸다.

징계가 확정된 뒤 두 기자는 징계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팀장과 부장으로부터 아이템 제작 지시를 받은 점을 봤을 때 기자들은 편성규약에 따라 자신들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아 이를 거부했으며 이와 같은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KBS 기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3일 성명을 내어 “누가 보더라도 항소가 기각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무리한 항소를 제기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재정에 손해를 끼친 데 대해 KBS 경영진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서 용인될 수 없는 위법적인 징계권 남용으로 송명훈·서영민 두 기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한 데 대해서도 사측은 반드시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법에 보장된 KBS 편성규약을 무시한 채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불법적 징계로 구성원들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준 고대영 사장은 KBS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사장 자격도 없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혀 공영방송을 파탄낸 책임이 있는 KBS 이사회는 하루라도 빨리 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함으로써 결자해지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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