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검찰 소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수석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경우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 수석이 소환 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전 수석 의혹이 일주일 사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여서 현직 청와대 수석의 거취 문제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전병헌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 시절인 2015년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재승인 요청을 받고 그 대가로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업무 관련성이 없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낸 경위와 관련해 전 수석이 개입해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전 수석에 대한 소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애초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련 금품수수 검찰 수사 내용은 전 수석 의원 시절 보좌진들이 벌인 개인 비리 성격이 짙어 보였다. 지난 8일 전 수석의 의원 시절 비서관 2명이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 측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가운데 1억 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는 보도(한국일보)가 나왔을 때만 해도 검찰의 창 끝이 전 수석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 않았다. 전병헌 수석도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 어처구니 없는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의혹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이 전 수석의 비서관 2명을 체포한 뒤 전 수석의 뇌물 수수 의혹을 입증할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15일 전후 쯤 전 수석의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검찰 수사 내용도 구체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전병헌 수석이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시점인 2015년 5월과 6월 사이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과 만났다고 입증할 증거까지 확보했다고 전해졌다. 강 전 사장의 다이어리와 사장 비서의 구글 캘린더 일정표를 복구해서 봤더니 전병헌 수석과 강 전 사장이 만난 시간과 장소가 기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전 수석이 롯데로부터 ‘기프트 카드’를 받고 전 수석의 자녀가 사용한 단서를 잡았는데 이것 역시 대가성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청와대는 전병헌 수석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전 수석이 언론에 보도된 뇌물 수수 의혹과 자신이 관련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서였을 뿐 청와대가 전병헌 수석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혐의를 받았던 변창훈 검사가 투신한 이후 검찰 내부 반발이 커지자 내부 조직 다지기 차원에서 검찰이 현 권력인 전병헌 수석 수사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검찰발 전 수석의 뇌물 수수 수사 내용이 구체적으로 보도되고, 소환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청와대는 전 수석의 거취 문제까지 고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검찰이 (전병헌 수석을)소환수사를 하게 된다면 정무수석 완장을 차고 수사를 받을 수 없다”면서 “현직 정무수석 신분으로 수사를 받으면 제대로 수사가 될 것인지, 또한 수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전 수석은 억울하더라도 국민과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본인이 물러나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명성 수사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 언론에서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권력투쟁이다. 보복이다’하는 보도가 있지만 오늘 조간에 의하면 전 수석이 국회의원 당시 비서관과 지역구에서 활동했던 조폭 간의 통화에서 자금세탁 내용 의혹들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러한 일일수록 수사를 속전속결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에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수석이 무혐의를 자신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상 언론 보도를 통한 의혹이 확산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퇴 수순을 밟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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