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내부가 신임 사장 내정을 두고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YTN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지난 5일 YTN 이사회가 내정한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MTN) 대표이사의 자격을 문제 삼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 한국전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YTN 대주주인 한전KDN은 한국전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적폐 인사’들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인사를 내정했다는 비판이 YTN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한 9년의 세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이사회의 사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최 내정자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복직한 후배들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복직 기자들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YTN 사장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강변했지만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 내정자는 지난 9일 기자에게 “저와 다시 한 번 인터뷰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왔다. 두 번째 인터뷰는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 카페에서 진행됐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지난 일주일이 7년 같았다”고 말한 최 내정자는 ‘회사 위기 때 YTN을 등졌다’, ‘무노조 경영을 이끌었다’, ‘박근혜 잔당 세력의 낙점을 받았다’ 등 쏟아지는 비난을 하나하나 해명했다. “후배들이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최 내정자의 호소가 YTN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화해로 이어질지 아니면 깊게 파인 간극만 확인하는 메아리로 남을지 주목된다.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지난 일주일이 7년 같았다”고 말한 최 내정자는 ‘회사 위기 때 YTN을 등졌다’, ‘무노조 경영을 이끌었다’, ‘박근혜 잔당 세력의 낙점을 받았다’ 등 쏟아지는 비난을 하나하나 반박·반론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지난 일주일이 7년 같았다”고 말한 최 내정자는 ‘회사 위기 때 YTN을 등졌다’, ‘무노조 경영을 이끌었다’, ‘박근혜 잔당 세력의 낙점을 받았다’ 등 쏟아지는 비난을 하나하나 반박·반론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까닭은 무엇인가.

“난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내가 동의하는 사실로 비판 받는다면 수용하겠지만 ‘위기 때 YTN을 떠났다’ 등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난 일주일이 7년 같았다. 노조 및 구성원들과 대화 창구도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이지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풀고 싶었다. YTN과 구성원들에 대한 충정을 전하고 싶다. 나를 잘, 그리고 제대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 IMF 여파가 있던 2001년 7월, MB 정부 언론 장악 국면이던 2008년 3월 YTN 위기 상황을 외면하고 두 차례 회사를 떠났다는 비판이 많다.

“회사가 IMF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던 시절, 월급 삭감이 이뤄졌던 시기 모두 YTN 보도국 경제부에서 근무했다. 개인 돈을 들여 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급여 지급이 재개된 뒤인 1999년 7월 미국 연수를 떠났다. 2000년에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우리사주 공모에도 참여했다. 그러고 나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2001년 7월 퇴사했다.”

- YTN 해직 사태가 이뤄지기 7달 전 회사를 떠났다. MB 정부의 YTN 장악이 무르익던 시기 아니었나?

“당시 구본홍 YTN 사장(MB 언론 특보 출신으로 2008년 10월 YTN 해직 사태를 촉발시킨 인사다)이 내정돼 내부 반대 투쟁이 발생하기 두 달 전 회사를 떠났다. MB 정부 초 나와 생각이 다른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보도국이 채워졌고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YTN 해직 사태 등)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긴 어려웠다. ‘경제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머니투데이 측 제안이 있어 그 시점에 수락했다. 허허벌판에서 머니투데이방송을 만들었다. 전임 사장 시절 적자도 많이 나 어려웠지만 내가 사장이 된 뒤 흑자로 전환했다. 내가 ‘꿀이 있는 곳으로만 간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과 다르다.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왔다. 후배들이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두 번 YTN을 떠난 것에 대한 비판은 날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더 낮은 자세로 구성원들에게 다가가겠다.”

▲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 한국전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적폐 인사’들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인사를 내정했다는 비판이 YTN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한 9년의 세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이사회의 사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 한국전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적폐 인사’들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인사를 내정했다는 비판이 YTN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한 9년의 세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이사회의 사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2001년 7월 첫 번째 퇴사 이후 삼성화재에 입사한 경력이 있다.

“유학 중 졸업을 앞두고 미국 9·11 테러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고 당시 유일하게 취업할 수 있던 곳이 삼성이었다. 그러던 중 표완수 YTN 사장이 경영 혁신 등을 함께 해보자고 하셔서, 고민 끝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다시 YTN으로 돌아온 것이다. 연봉은 삼분의 일 토막났지만 원래 성격이 그렇다. 그때 YTN 경영실장하면서 우장균·현덕수 노조 집행부와 화합했고 그때가 YTN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양지만 보고 다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게 안타깝다.”

- 머니투데이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경제신문에서 노조 간부를 맡았고, YTN에 있었을 때도 사원 대표 활동을 했었다. 외환위기 당시 YTN 감원 논의도 무산시킨 적 있다. 머니투데이방송에서도 ‘노사협의회’라는 기구를 두고 구성원들의 여러 요구를 존중했다. 만약 그곳에서 노조나 구성원을 탄압하는 데 일말이라도 역할했다면 지금 나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비판이 많다. YTN 노조는 암흑과도 같았던 시기에 YTN 건강성을 지켰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노조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경청하면서 건강한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싶다.”

- YTN 이사회가 최 내정자를 낙점했다거나 사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번 YTN 사장 내정 과정은 9년 만에 노사 합의로 출범한 사추위에서 시작됐다. 서류 심사와 면접, 최종 후보자 3인(고광헌·우장균·최남수) 추천, 이사회 내정까지 불공정성이 문제로 지적된 적은 없었다.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을 거친 선임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놓고 전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가 사실 의문이다. YTN 구성원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과는 존중해주셨으면 한다.”

- 지난 6일 인터뷰에서는 “후배들의 의견을 듣고 사장 공모 막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정자에게 출마 의견을 개진한 ‘후배들’이 누구인가?

“앞서 지난 6월 1차 YTN 사장 공모 당시 지원할까 고민했지만 이미 노종면 기자가 출마했다고 해서 지원하지 않았다. ‘저 친구들이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편집자주 : 1차 사장 공모에서 노종면 YTN 해직 기자가 서류 심사에서 0점으로 탈락해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이후 최종 후보자들도 ‘부적격’ 판정을 받아 사장 공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2차 공모에 들어가면서 일부 후배들로부터 ‘선배가 이번에 결단을 내려주셔야 한다’ 등의 의견을 들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자리인지 보니 경영 능력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더라. 내가 잘나진 않았지만 허허벌판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개척한 경험이 있으니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막판까지 고심했고 머니투데이 측에도 공모 하루 전날 통보했다. 회사가 서운할 정도로 뒤늦은 통보였다. 일각에서는 ‘머니투데이가 조직적으로 뛰었다’ ‘적대적 M&A에 나섰다’고 평하기도 했는데 억측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머니투데이 측도 놀라고 당혹스러워한 선택이었다.”

▲ YTN 해직기자 3명은 지난 8월28일 복직했다. 2008년 10월 해직된 지 무려 3249일 만이었다.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들이 복직 후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YTN 해직기자 3명은 지난 8월28일 복직했다. 2008년 10월 해직된 지 무려 3249일 만이었다.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들이 복직 후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김호성 YTN 사장 직무대행(상무)이나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은 없었나?

“맹세코, 사장 공모 중 김호성 상무나 류 실장과 통화 한 번한 적 없다. 류 실장은 YTN 면접 보러 갔을 때 10년 만에 처음 본 거다.”

- 외부 인사가 사장이 됐을 때 개혁 대상이 되어야 할 YTN 인사들이 또다시 ‘줄서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 내정자가 언론 적폐 청산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인데?

“지난 인터뷰에서도 인적 청산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YTN 개국 때부터 있었다. 현재 차장급 이상 간부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 후배들의 이야기와 내가 봤던 것을 종합해보면, 이견의 여지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인사들이 있다. 책임 규명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과거 YTN에서 나와 가까웠던 사람들이나 새 사장에 줄을 서서 살아남는 경우를 우려할 텐데, 능력 위주로 ‘정의로운 사람들’을 많이 쓸 생각이다. 내가 잘못된 정보를 취득해 사람을 잘못쓰면 반응이 나오지 않겠나? 그런 반응들도 충분히 경청해 반영할 것이다.”

- YTN 추락의 근본 원인은 보도 공정성과 신뢰도 후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복직한 기자(노종면·조승호·현덕수)들을 중심으로 TF가 운영돼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 내용을 본 적 있나?

“세세하게는 모르지만 탐사·기획 보도 등을 강화하는 안으로 알고 있다. 공론 절차를 통해 최종안이 만들어지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내가 취임하게 되면 보도와 제작 독립성은 최대한 보장할 것이다. 복직 기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YTN의 자산’이다. 복직 기자들은 현재 날 비판하고 있지만 같이 일해본 친구들이다. 그들보다 YTN에 대해 충성도를 가진 사람들이 어디 있나?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 그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중용할 것이다. 그들의 요구하는 것처럼 적폐도 엄정하게 청산할 것이다. YTN 노사가 지난 4월 합의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도 존중하고 이행할 것이다.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배웠기 때문에 손만 잡아준다면 더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다.”

- 전임 사장인 조준희 사장도 경영을 강조했지만 실패했다. 지금의 포부가 구호에만 그칠 수도 있는데?

“YTN 구성원들 능력은 우수하다. 인적 자원은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좋은 구성원들과 좋은 리더가 만나 한마음으로 뭉친다면 재무적으로도 건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과 디지털 시너지를 위한 시스템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YTN TF안을 보면 비용 측면 등을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고 나도 공감한다. 방송사를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방송 기술 부문과 관련해서도 CEO 치고 잘 아는 편이다. 빠른 시일 내에 1500억 원 매출과 100억 흑자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최 내정자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박근혜 잔재가 임명한 기회주의자”라는 비판도 있다.

“나도 봤다. 지난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학교 때 학생운동 경험도 있고.(웃음) 경제 기자를 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판적 문제 의식이 강했다. 머투방송에서 수익성만 신경 썼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겠지만 머투방송 본부장 시절 알만한 대기업으로부터 ‘내부 보도 통제가 그렇게 안 되느냐’고 압박받기도 했다. 그만큼 내 나름대로 ‘공정방송’을 하려고 노력했다. 올해 초 ‘사이다’라는 프로를 편성해 기업에 대한 좋은 점, 나쁜 점을 가감없이 다루는 25분짜리 위클리 리포트를 만들기도 했다. 머투방송은 매출 구조면에서 4대 대기업 의존도가 가장 낮은 방송 가운데 하나였다. YTN에서도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재무 독립성 부분도 신경쓰고 노력할 것이다. 기회주의자는 좋은 곳만 찾는다는 뜻 아닌가? 개척 정신이 있는 노마드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촛불 집회에 나간 적 있나? 결국 본질은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사장이냐는 지적인 것 같다.

“지난 겨울 몇 차례 참여했다. 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놓고 밝힐 순 없지만 YTN 후배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언론 개혁, 공정방송과 내부 적폐 청산에 대해 YTN 구성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

- YTN은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의로운 공정방송’이 되어야 한다. 기계적 중립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JTBC가 이런 부분을 파고 들었다. KBS, MBC가 정상화된다면 ‘공정방송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YTN이 이제는 경쟁 대열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국민 신뢰를 받고 시대 아픔에 공감하면서 내용적으로 뉴스 혁신 리더가 되는 방송국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그런 콘텐츠들은 후배들이 만들 것이다. 촛불민심을 방송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돕고 싶다.”

- 노조와 만날 생각은?

“만나고 싶다. 내 의사를 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 중이다. 아직은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다.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연락이 오면 만날 것이다. 나를 대화 상대로 받아준다면 언제든 찾아가겠다. 나는 술수나 술책을 쓰지 않는다.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하면 후배들과 접점이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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