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모두가 이 분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언론인권상 기금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의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 말했다. 곧 한 남성이 행사장 앞으로 걸어나왔다. 2013년 북한에 정보를 넘긴 특수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인정돼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유우성씨였다.
유씨를 그동안 가장 힘들게 한 것도, 절망의 시기에 힘이 되어준 것도 모두 언론이었다. 유씨는 “2013년 1월20일, 마치 내가 진짜 간첩이었다고 자백한 것처럼,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1심 재판 때부터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내용을 계속 알리려고 했는데 언론에서 기사를 써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특히 언론의 ‘물타기’ 보도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논점을 흐리는 기사들이 하루종일 특보로 나왔어요. TV조선은 빨간 자막을 넣어서 거의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보도했습니다.”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씨는 이어 “시사인의 보도를 가장 고맙게 생각한다”며 “누군가 조금씩 나에 대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좁은 구치소에서 들었을 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은지 시사인 기자는 2013년부터 “어떻게 간첩 낙인을 이렇게 쉽게 찍었나”, “국정원은 어떻게 문건을 조작했나” 등 유씨 사건을 끈질기게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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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씨는 남 PD에게 “8월31일 방송을 꼭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에게 문자를 돌렸다. 그러나 방송은 결방됐다. 그때를 회상하며 유씨는 “‘아, 역시 안 되는구나, 큰 기대를 할 필요 없지 않나’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 PD님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싸워 줘서 편집 당하면서도 그 다음주에 방송이 됐어요.” 유씨의 말이다. 이 방송으로 남 PD는 2014년 제12회 언론인권상을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표완수 시사인 대표도 참석했다. 그는 축사에서 유우성씨를 바라보며 “유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언론사 일원으로서 미안하고 창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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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요즘 ‘기레기’라는 안 좋은 평을 듣기도 한다”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애쓰는 언론인에게는 칭찬해줘야 소명을 가지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