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를 장악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0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사실 관계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피의자(김재철)의 직업 및 주거 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크지 않다”며 “주요 혐의인 국정원법 위반죄는 원래 국정원 직원의 위법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고 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이에 가담했는지 다투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011년경 MB 정부 국정원 관계자와 MBC 임원진이 결탁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 등(국정원법 위반,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지난 7일 오후 김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를 장악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9일 오전10시36분경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를 장악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9일 오전10시36분경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전 사장은 지난 6일 취재진에 “MBC는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할 수도 없는 회사”라며 “MBC는 보도·행정·드라마 등 본부별 체제이기 때문에 본부장들이 협의해서 한 것이고 나는 ‘화백 회의’ 대표 격이었다”고 주장했다. MBC 본부장급 인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자신은 문제적 인사나 제작·편성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MB 정부 당시 MBC 담당 국정원 직원과 김 전 사장 최측근이었던 전영배 MBC C&I 사장으로부터 김 전 사장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과 전 사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른바 ‘좌성향’ 간부진과 관련 프로그램을 없애며 언론노조 MBC본부를 무력화하고, 지역 MBC 광역화 등의 내용이 담긴 ‘MBC 정상화 문건’이 전 사장을 통해 김 전 사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보고한 MBC 정상화 문건에는 권력 비판 성향의 기자·PD들에 대한 인사 배제나 퇴출을 기획한 내용이 담겨 있어 MBC 경영진의 방송장악 공모 혐의가 짙어졌다. 2010년 3월2일은 김 전 사장 취임 첫날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국정원 요청 사항이 MBC 본부장급 임원회의를 거쳐 그대로 실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MBC 정상화 문건’ 등을 다시 분석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재철 퇴진’을 요구하며 2012년 MBC 파업을 이끈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영배 전 MBC 기획본부장이 국정원 문건을 김재철 사장에게 전했다고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며 빠져 나오는 얍삽한 행보를 보면서 김씨가 구속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라며 “김씨가 ‘다 내 부덕의 소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장인 내가 지겠소’라고 얘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김 전 사장의) 수족들의 자중지란은 불 보듯 뻔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