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이 미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성명을 발표했다. 2장 짜리 분량의 내용인데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함께 다소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350만 회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미 대통령의 방한을 적극 환영하며 특히 이번 방한은 북한의 연이은 핵 도발로 수세 국면에 놓인 한반도 안보 상황을 일거에 역전할 신의 한수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자유총연맹은 예정에 없는 DMZ 초소 방문을 요청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2년 6. 25 동란의 포성 속에서도 DMZ 초소를 시찰한 것은 물론 1983년 로널드 레이건, 1993년 빌 클린턴,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의전과 경호문제에도 불구하고 DMZ 초소를 시찰했던 결기를 한번 더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DMZ 초소 방문 요구 이유에 대해 “미 대통령이 한국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정과 경호를 이유로 최전선을 시찰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자국의 도발로 양국 대통령과 한미동맹군의 사기가 위축됐다는 오판을 할 수 있으면 이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북은 지난 9월 15일 미사일 발사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DMZ 초소를 방문하지 않는다면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이 추가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지 않는 것을 위축된 모습으로 판단하고 북이 도발할 거라는 건 황당한 주장에 가깝다. 오히려 대북 강경 발언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시찰하면 북을 자극할 수 있다는 반대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역대 방한한 미국 대통령이 DMZ 방문을 대북 문제 해결의 메시지로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대북 선제 공격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북미 관계가 전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중 발언과 행동은 북미 대결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유총연맹의 DMZ 방문 요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해 북과의 대결이 얼마나 무모하고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는지 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DMZ를 방문한 미국 국회의원을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아무런 비용 없이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DMZ를 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제프 머프리 민주당 상원의원, 뉴시스 보도)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기지와 DMZ를 모두 방문하긴 어렵다며 미군기지만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 여부를 묻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며 “여러분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밝힌 트럼프 대통령 공식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방문하지만 DMZ 방문 계획은 없다.

한국자유총연맹은 관계 회복에 나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념편향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미 대통령 방한을 기회 삼아 한미 갈등과 동맹 와해를 기도하는 일각의 반미-친중 세력에 강력 경고한다”며 “그들은 이미 소련 패망으로 유통기한이 끝난 이념적 망령에 사로잡혀 국가안보의 초석을 흔들고 있다. 우방과 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비백산하다 국권을 수탈당한 경술년 치욕을 되풀이 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