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간 방일 일정이 끝났다. 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대북 문제와 통상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이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 높여나가는 데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가진 미·일 기업경영자 간담회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내놓은 사실도 주목을 받았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도 7일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대화론, 압박론 등 강조하는 지점은 각자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대북 문제를 논하며 한국 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일본이 의도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역할을 축소시키거나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다음은 7일 일본 주요 신문 조간의 사설 제목들이다.

요미우리신문 <미·일 정상회담, 강고한 동맹을 대‘북’으로 나타냈다>
아사히신문 <미·일 정상회담, 중·러 협력 외교를>
마이니치신문 <북한을 둘러싼 미·일 정상회담, 시험받는 비핵화의 구상력>
니혼게이자이신문 <미·일 주도로 아시아 안정을 향한 길을>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두 정상 간의 관계가 긴밀해졌음을 인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 첫머리에서 “미·일 정상이 이렇게 긴밀히 협력한 예는 일찍이 없다”고 평가했고, 요미우리신문도 “상호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고 강조했다.

견해 차이는 대북 문제에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해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며 중국이 미·일의 대북 압력 강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실상과 허상의 판단이 어려운 외교, 안보 세계에서는 군사나 경제 실력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쌓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구상을 내놓고 파워게임의 주도권을 잡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이 실제로 냉전 종결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두 국가의 대북 압력 강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엿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군사 활동에 맞서 미국도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이라며 “군사 충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베 총리가 북핵 사태를 어떻게 방지할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반면, 올해 치른 중위원 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 문제를 쟁점화하려고 했던 사실을 비판했다.

아사히신문도 군사적 압력보다는 외교 노력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압력은 대화를 위한 수단”이라며 “끈기 강한 외교 노력이 미·일 쌍방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미·일 통상 문제도 언급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트럼프가 자유 무역에 의한 기회의 공정성이 아니라 결과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복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정권은 북미자유무역혁정(NAFTA) 재협상과 한·미 FTA 재협상 준비에 쫓겨 미·일 협의를 뒷전으로 하고 있지만 화살이 언제 일본을 향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낙관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네 신문 통틀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이 부분이 유일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 많은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구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미국 때문에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일본은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특히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노골적인 발언”이었다며 “안전 보장과 통상 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신문은 “(무기의) 필요성은 일본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미·일의 결속을 아시아로 확대해 나가고 싶다면 미국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일본 주요 조간 사설에 담긴 주장과 우려는 트럼프 방한에 따라 곧 한국 주요 조간 사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