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이버사에 “우리 사람 철저히 가려 뽑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을 대폭 증원하면서 ‘철저한 성향 검증’을 지시하고, 사이버사가 호남 출신을 조직적으로 배제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했다.

5일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에 따르면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012년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될 군무원 증원을 추진할 당시 작성한 내부 문건을 최근 입수했다. 여기엔 ‘VIP(대통령) 강조 사항’이란 문구와 함께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지시 내용이 적혀 있다.

세계일보는 “‘우리 사람’이란 영남 기반의 보수정권인 MB정부와 코드를 함께하는 인사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실제 검찰은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뽑는 과정에서 호남 출신 지원자 등을 조직적으로 배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MB '사이버司 요원 성향 검증' 지시 정황_사회 10면_20171106.jpg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예년의 10배에 가까운 79명을 선발했다. 이중 47명이 정치 편향적 성격의 댓글을 다는 등의 활동을 한 530심리전단에 배치됐다.

한국일보는 “신입 군무원 신원조회 기준이 단순 전과 조회 수준(3단계)에서 실제 기무사를 동원한 뒷조사 수준(1단계)까지 올라갔고, 서류 심사 과정에서 호남 출신이 대거 탈락했다”며 “호남 출신 일부가 서류 심사를 통과했지만 고의적으로 난이도 높은 질문을 받는 등 압박 면접 끝에 최하점을 받고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사이버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호남) 연좌제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면접 단계에서 잘 걸러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이 과정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 정황이 나온 만큼 김 전 장관이 아랫사람들에게만 맡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사이버사 인력 충원 과정에서 특정 성향을 배제하라고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검찰은 MB정부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관련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6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가 직접 김 전 사장에게 ‘MB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를 좌천하라’고 지시한 단서도 잡고 수사 중”이라며 “검찰은 김 전 사장을 상대로 청와대 방문 경위 등을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세훈 재판 핵심증인 러시아로 빼돌린 국정원 검찰

2013~2014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수사·재판 방해 등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내 ‘간부·실무 티에프(TF)’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이던 국정원 직원을 국외로 빼돌린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러시아로 출장 간 국정원 심리전단 박아무개 직원은 극우단체의 정부 옹호 신문광고 게재를 지휘하고,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 등을 논의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최근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당시 실무 TF 팀장이던 이제영 부장검사가 원 전 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씨의 러시아 출장을 기획해 실행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원세훈 재판 핵심증인 ‘러시아 출장’ 빼돌렸다_정치 05면_20171106.jpg
박씨는 당시 원 전 원장 재판의 중요 증인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박씨의 전자우편에는 ‘뉴라이트’ 등 보수우파 단체들에 보낸 보도자료와 성명서가 다수 들어 있었다. 이들 단체를 통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무상의료 반대, 민주노동당 해산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신문광고와 보도자료 등을 내게 했고, 검찰은 이를 원 전 원장의 불법 선거·정치 개입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로 봤다.

한겨레는 “하지만 박씨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대신 국정원은 검찰의 사실조회 회신에 ‘박씨가 사이버심리전을 맡은 바 없다’는 등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허위’ 내용을 담았다”며 “당시 파견검사들이 주도한 이런 대응은 국정원 TF가 작성한 보고서에 등장하는 ‘증인신문 대비, 증거능력 부정에 역량 집중’ 등의 기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TF 활동을 주도했던 현직 검사 3명 중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오전 열린다. 장호중 당시 감찰실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5일 영장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심문포기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일어난 수상한 댓글 공작

국정원·기무사·군 사이버사령부 등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댓글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이 탄핵 위기에 몰린 지난해 말 포털 다음에서도 댓글 공작 정황이 드러났다. 추천수와 반대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기사 댓글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경향신문은 다음에서 활동 중인 3명의 진보성향 댓글러 ‘맹박 189조 세금폭탄’ ‘개들의 전성시대’ ‘catlover’가 지난해 10~11월 사이 발견한 추천수와 반대수가 동일한 댓글 100여개를 확인한 결과, 수백 개에서 2만개 이상 추천을 받은 이들 댓글은 추천·반대수가 일자리 단위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이 중 일부는 2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베댓)에 올랐지만 동일한 수의 반대 클릭을 받아 맨 뒤로 밀려난 경우도 있었다. 추천·반대수가 동일한 현상은 주로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 댓글에서만 발견됐지만 불특정 다수 댓글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경향신문] 아이디 2만개로 '반대 폭탄' '다음' 댓글, 찬반 조작했다_종합 02면_20171106.jpg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이 안타까운 이유’(2016년 9월30일자) 기사에 “유민이 아빠 얼굴과 비교하니 한참 멀었다”고 꼬집은 ‘개들의 전성시대’ 댓글의 경우 추천수 5438개, 반대수도 5438개였다. 고 장준하 박사 장남이 ‘박근령씨는 아버지에 의해 뼛속까지 세뇌됐다’고 비판한 기사(2015년 8월16일)에 달린 ‘맹박 189조 세금폭탄’의 댓글은 추천이 1만632개, 반대도 1만632개였다. 심지어 추천과 반대수가 2만3645개로 동일한 댓글도 있었다.

보안전문업체인 큐브피아 권석철 대표는 경향신문에 “2만명 이상 추천을 받은 ‘베댓’이 동일한 수의 반대를 받아 뒤로 밀려난 것은 댓글부대가 해킹 툴을 이용해 특정 아이디를 공격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휴대폰을 복구한 모바일랩 이요민 대표도 “2만개가 넘는 댓글 추천·반대수를 일반 이용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작하려면 정기적으로 수만 개의 주민등록번호와 아이디들을 생성하고 삭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능력을 가진 단체나 기관이 어디인지는 짐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댓글조작 세력들이 공격 대상과 방법들을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사이버여론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하지만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댓글조작을 시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음은 “지난 2월 일시적인 시스템 장애로 일부 댓글에서 추천·반대수가 동일 카운팅된 것을 발견했고 장애는 2시간 만에 복구됐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하지만 ‘맹박 189조 세금폭탄’ ‘개들의 전성시대’ ‘catlover’에 따르면 추천·반대수가 동일한 댓글들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이라며 “이들은 또 ‘우리가 지난해 10월 발견한 현상을 다음이 올해 2월 시스템 장애로 설명한 것은 다음이 무언가 숨기고 싶어 하거나 댓글조작 감지나 차단에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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