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YTN의 한 인사와 통화한 적이 있다. YTN 해직 사태를 장기화한 인물로 꼽히는 배석규 전 YTN 사장 체제에서 소위 ‘잘 나갔던 간부’였다.
그는 2008년 MB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복직한 것에 대한 YTN 내 일부 우려를 소상히 전했다. 지난 MB·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이들의 시각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회사에서 굉장히 우려가 많았다. 걔네들(복직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던 직원에 대해 머리끝까지 증오심이 차있더라. 실·국장 이상은 다 ‘적폐’ 세력이라고 보니까. 개인을 넘어 한 조직에 대해 적대적이다. 복직하자마자 보도와 경영에 간여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노사 간 복직 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지난 6월 노종면 해직 기자가 YTN 사장에 입후보했다. 보도·복직 투쟁에 참여했던 대다수 기자들은 노 기자를 지지했다. 반면 YTN 간부들은 ‘공포’에 떨었다.
자신들이 과거 정부에서 YTN 신뢰도와 보도 공정성을 어떻게 추락시켰는지 망각한 채 “노종면이 사장하면 회사가 분열된다” 따위의 여론을 키웠다. 앞서 소개한 전직 YTN 간부 시각도 마찬가지다. 노 기자는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서류 심사에서 걸러졌다.
노 기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X들의 준동이 여전함을 최근에 알았다”며 “YTN 사장에 입후보한 우장균 기자를 음해하고 나에 대한 마타도어를 은밀히 유포해 왔다. 내부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말들을 권력 언저리에 유포하고 다닌다. 자기들이 사장 자리 차지하기 어려워지자 이젠 외부 인사 밀어달라고 사정까지 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차기 사장은 ‘외부 인사’가 됐다.
해직 기자가 YTN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사내 권력들은 ‘해직 기자는 안 된다’는 여론을 확대·재생산해 사내 개혁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혁신과 개혁보다 지금껏 누려왔던 자리가 이들에게 더 중요했다. 복직 기자들은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받지 못했다.
촛불 시민이 만들어준 개혁 기회를, 이른바 ‘언론 적폐’에 부화뇌동한 자본 권력(대주주)에 의해 날린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이유다. ‘공정방송’ 파업으로 거리로 나선 언론 노동자들도 “죽 쑤어 개주지 말자”고 다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