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간 재계·언론 등에서 ‘삼성의 입’, ‘이재용의 남자’라 불려온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삼성전자 홍보·대관 업무 책임자에서 물러난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3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후 상임고문직으로 사회공헌 부문 등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입사부터 12여 년 간 삼성그룹 및 계열사의 홍보·대관 업무를 맡았다. 이 사장은 23년 간의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2005년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로 자리를 옮긴 후 2011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현재 해체)의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맡았다. 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삼성그룹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삼성의 입‘이라 불려져 왔다.

▲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이 2014년 5월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2차교섭 마치고 교섭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이 2014년 5월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2차교섭 마치고 교섭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열흘 전인 2014년 5월1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삼성그룹은 미전실 임원을 대거 삼성전자 등 계열사로 내려보냈고 계열사 임원들로 미전실 공석을 채웠다. 당시 미전실 임원 구성을 두고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자리 잡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 사장 또한 입사 당시부터 ‘이재용의 남자’로 지목돼왔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대학 같은 과 선후배 사이다. 이 사장은 1982년 문화방송(MBC) 공채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등을 거쳐 1996~2000년까지 뉴스데스크 앵커를 역임했다. 2005년 6월 이 사장이 MBC 보도국 부국장에서 삼성전자 전무로 이직한 것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당시 상무)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대외 이미지 관리’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뇌물공여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복역중인 지난 3일까지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사장은 ‘삼성 뇌물 사건’ 1심이 진행되는 동안 ‘부당 인사 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특검이 제출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휴대전화에서 장 전 차장이 MBC 보도국 간부 출신인 이 사장을 통해 지인의 MBC 입사를 요구한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기록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성명불상의 지인에게 “아들은 어디로 배치 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 전 차장 휴대전화에는 성명불상의 지인이 “특임부로 가기 전에 국내유통부에서 바로 연장을 하고 사장님이 경영국장에게 알아보니 이미 연장된 걸 아시고 국내유통부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만족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어려운 부탁 쾌히 들어주어 고마워요. 시간 나면 기회 주시기를…”라고 보낸 문자 내역이 남아 있다.

김성우 MBC 콘텐츠사업국장은 해당 문자가 공개된 후인 지난 8월13일 MBC 공식 블로그에 “문자에 나오는 청탁대상자인 ‘아들’은 국내유통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계약직)”라며 해당 사원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A씨와 관련하여 사내외로부터 어떠한 청탁이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인사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이 사장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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