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0개월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바른정당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른정당은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진로에 대해 2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결론 없이 끝났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오는 5일 다시 의총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여기서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면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의 집단 탈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당과 ‘통합전대’를 주장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전당대회를 앞둔 6일이 분당의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바른정당이 창당한 후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개혁보수의 제대로 된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대를 어떻게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대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까가 중요하다”며 “전대는 지난번 남경필·유승민의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처럼 서로 하나로 뭉치게 도와주는 건데, 지금의 전당대회는 깨지기 위한 전당대회”라고 비판했다.

대신 남 지사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재창당을 위한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했다. 남 지사는 “일단 전대를 조금 뒤로 미루고 한국당의 상황도 보면서 통합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이라며 다만 “한국당이 받아들여서 지도부가 물러나야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통합전대의 전제조건으로 “지금 당내에서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전 대표에 대한 정리가 기본이라는 의견들이 많다”며 “나 역시 그들에 대한 청산은 있어야 하고, 그게 바탕이 된다면 통합전대로 가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남경필(오른쪽)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남경필(오른쪽)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이처럼 남 지사 등 자강파 일부가 당장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통합전대라는 중재안을 내놓긴 했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전대에서 당권을 잡을 것으로 유력한 유승민 의원은 1일 의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를 늦출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통합전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통합전대는 통합의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도 “한국당이 전혀 변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고 갈수록 퇴행적으로 가는데 개혁보수를 하겠다는 바른정당이 합친다는 것은 국민적인 명분이 전혀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나는 지금은 안 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더 명분 있는 그런 보수 대통합의 기회가 분명히 올 거로 생각한다”며 “나는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고 통합을 하려면 국민이 박수 치는 통합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낡고 부패한 보수가 아니라 새로운 개혁보수의 길 위에서 헤쳐 모여식 보수 대통합을 한다면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보수가 이대로 가면 더 중요한 총선과 대선에서 질 게 뻔하기 때문에 바뀌자는 것”이라며 “이를 단순히 지방선거 하나만 놓고 보기에는 지금 새로운 보수를 정말 제대로 해 보려는 몸부림, 이런 노력이 그냥 이번에 죽어버리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선거 전 내년 3~5월 그때 가서 만약 바른정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를 받고 만약 정계 개편의 판이 흔들리면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개혁보수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나는 탈당하려는 분들이 너무 해 보지도 안 하고 패배주의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우리가 창당하고 10달이 지나는 동안에 ‘개혁보수라고 말은 하는데 뭐가 다른지를 행동으로, 입법으로, 예산으로 보여라’ 그 점에 대해서 바른정당이 지금 집안싸움 때문에 못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말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고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간동향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지지도는 4.4%로 5개 원내정당 중 가장 낮았다. 바른정당은 지난달 31일 조사에서도 전주대비 1.1%p 떨어진 4.7%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번엔 지난 4월 2주차(3.8%)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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