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해임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6일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 2명(김경환 상지대 교수,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임명하면서 방문진 구야권 이사들이 ‘과반’(구야권 5명·구여권 4명)이라는 수적 우위에 섰다. 이 때문에 김 사장 해임은 보궐 이사 선임 때부터 시간문제로 간주됐다.

31일 방문진 이사들에 따르면, 구야권 이사들은 이르면 내달 1일 안으로 김 사장에 대한 해임 사유를 첨부한 ‘김장겸 해임 건의안’을 방문진에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해임 건의안이 오는 2일 정기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즉각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김 사장에게 해임 사유 통보와 함께 소명 기회가 주어진 뒤 이후 이사회를 통해 해임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정기이사회에서 지난달 폐기된 ‘2016년 MBC경영평가보고서’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김 사장에겐 악재다. 이 보고서 ‘보도·시사’ 부문 작성을 담당한 김세은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 사장이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6년의 MBC 보도 편향성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보고서 채택 거부 의사를 밝힌 구여권 이사들은 보고서를 폐기하는 데까지 입을 모았다. 그러나 2일 ‘2016년도 MBC경영평가 보고서 채택의 건’이 통과되면 MBC 보도 공정성 후퇴에 대한 김 사장의 책임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해임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뿐만 아니라 2일 정기이사회에서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 통과가 유력시돼 추후 구여권 이사들의 자진 사퇴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고 이사장의 경우 지난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사장직에 대해선 “곧 물러나겠다”면서도 “이사 사퇴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이사장에서 내려올 뿐 ‘비상임 이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방문진에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구여권 이사 3인(권혁철·김광동·이인철)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국제방송 세미나 참여차 방콕으로 떠날 예정이다. 

김 이사는 31일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이미 작년부터 기획과 예산이 잡혀 있던 일정”이라며 “매년 10~11월 즈음 있었던 행사인데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고 이사장은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기철 구야권 추천 이사는 “김장겸 해임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열지 못하게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출장이 김 사장 해임안 저지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며 “사장 해임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문제가 있든 소명 기회가 주어진 뒤에야 이에 걸맞은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올라와 있는데 무슨 사유인지 들어보기 위해 2일 이사회에는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1일 현재 파업 58일째를 맞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30일 “고 이사장은 공영방송을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시키고 MBC를 사적 이익 추구에 동원했다”며 “방통위는 하루빨리 고 이사장을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서 해임하라. 이는 언론자유 회복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염원하는 촛불 민심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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