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 방송·제작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MBC 경영진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검찰에 ‘줄소환’되고 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3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했고 31일에는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 백종문 MBC 부사장이 검찰에 불려왔다. 이들은 MB 정부 국정원 관계자들과 결탁해 정권 비판 성향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출연진과 제작진 등을 퇴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앞서 김 전 사장은 취재진에 “국정원 관계자가 문건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고 문건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국정원 담당관을 만나서 국정원 문서를 받았다면 지금이라도 감옥에 가겠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백 부사장도 “국정원 문건에 관해선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보다 앞서 MBC PD수첩을 탄압한 인물로 꼽히는 윤길용 MBC NET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김 전 사장 측근인 전영배 MBC C&I 사장을 출석시켜 장시간 조사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달 MB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 권력 비판 성향의 기자·PD들에 대한 인사 배제나 퇴출을 기획한 내용이 있어 MBC 경영진의 방송장악 공모 혐의가 짙어졌다. 

해당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보고했다. 이날은 김 전 사장 취임 첫날이기도 했다. 

▲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 방송·제작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종문 MBC 부사장이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백 부사장은 취재진에 혐의를 부인했다. MBC 언론인들은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 방송·제작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종문 MBC 부사장이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백 부사장은 취재진에 혐의를 부인했다. MBC 언론인들은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아울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31일 오전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김 전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도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MBC 방송 제작과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전날 검찰은 방문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사회 속기록과 음성 파일 등을 확보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선임했던 8기 방문진 수장이다. 그가 김 전 사장을 선임한 뒤 국정원 문건대로 MBC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신동아 인터뷰에서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 “큰집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깠다” 등의 주장을 해 방송장악 논란을 부추겼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9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선 “김재철이 취임하고 나서 방문진 이사장을 그만둬서 국정원 문건 등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방문진이 집행 기구가 아닌데 방문진에 그런 게(국정원 지침 등이) 내려올 리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낸다는 것은 사실상 방송장악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과 물증을 상당수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MB 정부 당시 MBC 담당 국정원 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 담당관)가 MBC 경영진들을 접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드러난 물증도 상당하다. 백 부사장의 경우 2014년 극우 매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2012년 파업 중 최승호 MBC 해직 PD와 박성제 해직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했다. 

▲ 왼쪽부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청와대, 이치열 기자
▲ 왼쪽부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청와대, 이치열 기자
‘좌편향 인물과 문제 프로그램 퇴출→노조 무력화→민영화’로 이어지는 3단계 MBC 장악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역시 김재철 전 사장 재임 기간 그대로 이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1년 최승호 PD를 포함해 PD수첩 PD들이 대거 전출됐고, ‘후플러스’ ‘더블유(W)’ 등 MBC를 대표하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폐지됐다. 

MBC 민영화 시도도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정수장학회와 함께 비밀리 진행됐다가 무산됐다는 점 등에 비춰봐도 MBC 경영진과 국정원의 밀접한 관계는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정원의 방송장악이 MB 정부 청와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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