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변호인단이 최순실씨가 자신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삼성에 요구한 것과 관련해 “최씨는 정씨가 훌륭한 승마선수가 되길 누구보다 원했다”면서 “김연아 선수 경우도 가족이 설립한 회사가 김 선수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제3회 공판에서 삼성전자와 최씨 소유 회사 ‘코어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변경)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실체를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코어스포츠는 2015년 8월 ‘승마단 독일 전지 훈련 지원’ 명목으로 삼성전자와 213억 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해 1여 년 동안 총 77억 9735만 원을 지급받았다. 1심 재판부는 본 계약이 실질적으로 정유라 1인 승마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뇌물 공여라 인정해 72억 9427만원을 뇌물이라 판단했다.

변호인은 이를 반박하던 도중 “최서원이나 대통령의 뜻이 회사를 통한 승마지원이 아니었다면 돈을 달라고 했을 텐데 왜 승마지원을 해달라고 했겠느냐”면서 “최씨가 원한 건 정유라에 대한 돈 제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최씨는 정유라가 독일에 가서 마음을 돌려 승마선수로 크길 바랬다”며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으니 당연히 정씨를 훈련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면 컨설팅 회사를 통하는게 맞지, 단지 회사가 코어스포츠였다는게 문제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경우도 가족이 설립한 회사가 김연아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며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코어스포츠의 용역계약이 정씨 지원을 위해 체결한 허위 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최씨에게) 돈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왜 삼성이 번거롭게 계약을 체결하고 독일에 가서 마장을 보고 말 구입에 관여하고, 계약서를 수정해서 의논하고 시간 끌고 했겠느냐”면서 “대통령의 요구가 돈이 아닌 승마 지원이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승연도 구본무도 ‘재단’ 못들어… 그래서 이재용도 못들었다”

완전 무죄 전략을 고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 당시 허위증언을 한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 위반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단독 면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출연, 기부 등의 얘기를 듣지 못했다’ ‘재단 지원 같은 일은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 등의 이 부회장 청문회 발언을 허위증언이라 인정했다.

변호인은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 9명이 모두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출연’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단독 면담 시 이재용 피고인에게 재단 기부, 출연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대통령이 ‘제2의 김연아’를 들며 스포츠 인재 육성을 통한 국위선양을 말했고 문화·체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재단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문화·체육 재단에 기여해주면 좋겠단 말로 (독대를) 끝맺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그런데 국회 증인으로 출석해선 진술을 뒤집어 ‘재단 출연해달라’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면서 “결국 총수 9명이 모두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에 ‘재단’ 등의 기재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대통령이 7월25일 총수 4명을 다 만난 후 한꺼번에 안 전 수석에게 말하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일부 기업인에게만 언급한 걸 전체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총수들의 통일된 증언에 대해 “당사자들이 반드시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숨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진술이 아니라, 문제가 불거지리라 예상하기 전에 남겨진 문자”라고 말했다.

특검 측은 독대 후 보름 가량이 지난 2015년 8월10일 하현회 LG그룹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회장님과 재단 설립 관련 말씀 나누실 때 우리가 준비할 게 없는지요’라는 문자를 공개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비슷한 시기 안 수석에게 ‘재단 관계로 전화준다고 해 기다렸는데 연락을 못받았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공판은 지난 12일부터 시작돼 30일 3회 공판까지 진행됐다. 4회 공판은 내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현재 채택이 확정된 증인은 남찬우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 주민근·강기재 삼성전자 과장 등이다.

정씨의 말 중개상이자 승마코치였던 덴마크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에 대한 증인 소환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당사자가 한국 법정에 서는 것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 가지고 있다”며 “기일을 정해주면 그때까지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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