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리벤지 포르노’로 불리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9월2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변형카메라 불법 촬영 탐지 및 적발 강화 △불법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과 관련해 “실시간 차단을 위해 2018년까지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의 유해성 분석 및 검출 기술을 개발하고 2019년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몰카 등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개발과 더불어 정부는 “영상을 편집 또는 변형해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유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DNA 필터링 기술을 2019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NA 필터링은 동영상 파일에서 고유 특성을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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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대책 모두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DNA 필터링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DNA 필터링을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이미 있는 기술이다. 한국에서 두 개 업체가 해당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주로 저작권물에 적용한다.

DNA 필터링 기술이 이미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9월26일 열린 토론회에서 “DNA 필터링 기술이 저작권 위반 콘텐츠에 적용되고 있지만 음란물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DNA 필터링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영상물을 DNA 필터링 한다는 건 저작권물이나 개인유출물이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민단체 ‘디지털 성폭력 클린센터’(클린센터)는 DNA 필터링 기술을 가진 업체와 협약해 디지털 성폭력 영상에 대한 필터링을 하고 있다. 최초로 영상이 올라오는 건 막을 수 없지만 DNA가 서버에 저장된 이후에는 같은 DNA를 가진 영상은 차단된다.

▲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하예나 클린센터 대표는 24일 “웹하드에서 유출된 영상을 긁어서 DNA 필터링 업체에 보내고 있다”며 “해당 영상의 DNA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면 같은 영상은 클린센터와 협악을 맺은 모든 웹하드에서는 차단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 발표대로라면 2019년 전까지는 시민단체나 개인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할 경우, 3일 이내에 긴급 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촬영물을 삭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영상이 다시 올라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DNA를 등록한다고 해서 영상이 완벽하게 차단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하 대표는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하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NA 필터링 업계 관계자 역시 “기술이 100% 장담하는 건 없다”며 “저작권물 관련해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한다”고 말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는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영상 삭제”라며 “두 곳의 DNA 필터링 업체를 통하면 모든 웹하드에서 영상을 삭제할 수 있다. 카카오톡 등에서 돌아다니는 영상은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제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란물 실시간 차단’ 대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남 이사는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것처럼 음란물을 걸러내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건데 그게 2년 안에 가능하겠나”라며 “그런 기술은 해외에도 없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인공지능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2년 안에 연구하고 실행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퀄리티가 좋을지 의문”이라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딥 러닝’ 기술은 10년 이상 걸린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당장 영상을 차단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있는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이사는 정부 대책에 대해 “정작 피해를 입은 사람이 보기에는 실효성이 없다”며 “예산을 쓰려면 당장 피해자 구제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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