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당원 박근혜씨와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

한국당 윤리위(위원장 정주택)는 이들의 징계 사유로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 제1호(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와 2호(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를 들었다.

한국당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탈당 권유’의 징계 의결을 받은 자가 탈당 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제명 처분된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당원인 박근혜씨 제명은 이후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다만, 국회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씨. 사진=노컷뉴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씨. 사진=노컷뉴스
이날 오전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박씨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 결정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의 중요 사안을 홍준표 당 대표가 독단으로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 진정성 있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의사 확인을 위한 접촉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 징계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지난 1월 징계를 내렸던 윤리위가 동일 건에 대해 다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만일 오늘 징계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의식해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대출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6개월 형극의 시간을 보내오다가 더 외로운 처지가 되었는데 이런 형국에 출당은 한국당이 굴복하는 모습”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적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인간적으로 너무나 가혹하다. ‘현대판 고려장’에 다름 아니다. 집안 살리겠다고 늙고 병든 가족 내다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다른 정당들은 한국당이 박씨 등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고 해도 국정농단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보수 통합의 발판을 만들 정략적 판단으로 궁여지책이라는 국민의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정당 한국당에서 탈당 권유라니 정치적 비애감이 든다”며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 탈당으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 세력으로서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혁신에 나서라”고 질타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을 쫓아낸다고 해서 한국당이 그들과 함께 저지른 과오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제대로 된 반성도 없는 상황에서 꼬리 자르기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일부에서 한국당과 통합을 논의 중인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비판 수위가 낮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요란하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소문난 잔치였기에 새로운 것이 없고 현재로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며 “당원권 정지에서 복당에 이어 다시 정지까지, 그 현란한 변신술에 진심을 알 수가 없어 딱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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