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 지휘부와 살수차를 조작한 경찰관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중총궐기가 당시 폭력 시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백남기 농민에 물대포 직사 ‘경찰의 공권력 남용’

검찰이 백남기 유족 고발장 접수 2년 여만에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살수차에서 물대포를 발사해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과 신모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 살수차를 조종한 한모 경장과 최모 경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살수차 운용에 직접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며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조사 결과 살수차 ‘충남9’호에 탑승한 한 경장과 최 경장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어기고 백씨 머리에 30초 간 직사살수를 했다. ‘경고살수-곡사살수-직사살수’ 등 단계별 운용 지침과 살수차의 발사 압력도 적절히 통제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진료기록 감정과 법의학 자문 결과 사망 원인이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경장과 최 경장은 차벽에 가려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수차에 탑재된 폐쇄회로(CC)TV 모니터도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과 신모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은 현장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살수요원들이 사건 발생 장소에 급히 지원 나온 상황에서 살수차와 사람 사이의 거리와 수압 조절, 시야 확보 등에 나서야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 전 청장 등은 살수차가 집회 참가자들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음에도 계속 살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 결과 중 강 전 청장이 무혐의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강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고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백씨는 당시 현장에서 살수차 요원들에게 살수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공 아무개 서울경찰청4기동장비계장(경감)을 기소하지 않은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백남기투쟁본부 역시 “유족들이 검찰에 고발한 뒤 2년이 지나서 나온 수사결과 이지만 그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강 전 청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 핵심을 벗어난 결과이자 가장 큰 오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검찰 조사 결과에 대해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야 늑장 결론을 내린 것이어서 정권 눈치보기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유족이 사망사고 발생 나흘 뒤 살인미수 등 혐의로 고발한 지 거의 2년 간 처리를 미뤄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뒤늦게 결론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독일 등 해외 사례와 법리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백씨 사건이 치상에서 치사로 바뀌는 사정 변경으로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하는 데도 1년이 지났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검찰 발표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당시 민중총궐기가 폭력집회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 18일자 조선일보 사설(위)과 동아일보 사설(아래)
▲ 18일자 조선일보 사설(위)과 동아일보 사설(아래)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당시 민중 총궐기 대회라는 이름으로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시위의 불법성, 폭력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경찰관의 고의(故意)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경찰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폭력 시위가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민중총궐기는 이를 주동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징역 3년을 받을 정도로 폭력 시위였다”며 “경찰이 당시 시위대를 저지하지 못해 차벽이 무너졌다면 서울 도심은 아수라장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수뇌부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부터 국가 자격으로도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로 이미 결정했다”며 “정권 눈치만 보는 경찰은 스스로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의 법질서도 지키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청와대 수석들, ‘세월호 7시간 조사’ 막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2015~2016년에 조사하려고 하자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이를 막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한법률구조공단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헌 대한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의 2016년 12월 ‘문화일보’ 인터뷰를 언급하며 “‘특조위 부위원장 시절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정부와 청와대 측이 펄펄 뛰었다’고 했는데, 펄펄 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정무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이라고 답했다.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백 의원이 “두 수석이 특조위에서 세월호 7시간을 조사하려 하니 펄펄 뛴 것이냐”고 다시 확인하자 “제가 느끼기에(그랬다)”, “(조사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해양수산부 장관과 차관도 7시간 조사를 막으라고 했나’라는 질문에도 “제가 듣기에는 반대하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한편 한겨레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을 지낸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도 세월호 참사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는 지난 17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설립·조사) 방해 세력 명단’을 공개하고 “(홍 실장이)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과 더불어 특조위가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는 것을 방해하고, 피해자 가족과 시민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억압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정택 수석 밑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명단에) 이름이 들어간 것 같다”며 “(7시간 조사와 관련해) 전혀 관여할 지위도 아니고, 내 업무 소관도 아니었다. 조사 방해 기류도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제압 문건’ 추명호 전 국장 긴급 체포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기 2년 전부터 국가정보원에서 취합된 최순실씨 첩보를 뭉갠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18일 쯤 추 전 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추 전 국장은 원세훈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문화·예술계 82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문화·예술계 인사 등에 대한 각종 여론조작과 정치공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에 따르면 추 전 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우 전 수석이 관여한 박근혜 정부 시기 불법 사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2014년 8월 부임 후 최순실씨와 미르재단 등에 대한 첩보 170건을 보고받고도 정식 보고하기는커녕 첩보 작성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을 이유로 좌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말 우 전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역 땅 넥슨 매각’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동향을 수집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최씨 관련 첩보를 비선보고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법 위반, 명예훼손, 공갈 등의 혐의로 어버이연합 추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택배기사·캐디 노조 설립 가능해진다

택배 기사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화물차 운전자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법률을 제·개정하라는 권고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17일 전했다.

고용부는 올해 하반기 특수고용직 실태조사를 하고, 노사정 및 민간전문가 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인권위에 회신했다.

인권위는 올해 5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법률을 제정해 이들 특수고용직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도 한국 정부에 자유로운 노조 결성과 가입 권리를 보장하고 하청·파견·특수고용직 등 모든 노무 제공자가 노조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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