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썸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의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한 문제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 외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는 대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자극적·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심의와 규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만 맡기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고, 자칫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란·도박·성매매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난무하며 1인 방송에 대한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너무나 미비해 대응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2017년9월30일 기준) 1인 방송 관련 신고 건수는 총 2322건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은 “2015년 306건, 2016년 1136건으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올해도 9월 말 기준으로 이미 880건이 신고됐다”며 “이와 같은 속도라면 2016년 기준을 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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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은 “지금의 방통심의위 통신심의국 모니터링 운영 시스템으로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1인 방송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증원도 중요하지만 모니터링 요원의 배치를 좀 더 효율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어 1인 방송 전담팀 구성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13일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도 “1인 미디어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인터넷 방송 환경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욕설, 음란물 등 상습적으로 부적절한 방송을 하는 BJ(Broadcast Jacky·방송진행자)에 대해 방통심의위와 인터넷 방송 운영사업자들이 ‘주요 관심 BJ’ 리스트를 공유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제재와 경고에도 시정하지 않는 BJ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하고 극단적인 방송을 지속해서 일삼는 경우, 인터넷 방송에서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3진 아웃제’와 같은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이처럼 인터넷 개인방송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개인방송의 불법·유해 정보에 대해 실질적인 심의와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자가 방송 정보를 일정 기간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인터넷 개인방송의 불법·유해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서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겠지만, 최근 자극적으로 선정적인 영상 등 불법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피해가 확대되고 있어 더는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웹드라마 ‘꽃보다 백합’이 동성키스 장면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웹드라마 ‘꽃보다 백합’이 동성키스 장면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반면 개인 인터넷 방송이 일반적 의미의 방송과는 달리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물임에도 방송 규제와 유사한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인터넷 이용자와 사업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인터넷 산업의 위축, 더 나아가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방송 사이트 역시 극히 다양한 내용의 정보가 시시각각 다르게 유통될 수 있는 서비스여서 이에 대한 완벽한 사전 통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 불법정보와 관련한 인터넷 방송 사업자의 유통 책임은 사후적으로 특정 불법정보들의 존재를 명백히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정되며, 음란물 방송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한 이용자들은 형법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정보통신심의 제도가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면서도 심의 대상과 심의 기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높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 2010년 방통위원장에게 전기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권과 시정요구권을 현행 방통심의위가 아닌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와 시민사회 대표 등이 함께 구성하는 민간 자율 심의기구에 이양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민간 자율 심의기구 설립 추진은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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