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신원 검증도 안 된 특정 사업가에게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을 매각하라며 MBC 실무자들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상임위원단 간 합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C 기자 출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언론노조 MBC본부 폭로를 인용했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해 고 이사장이 매각 대금으로 ‘4800억 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는 사업가 하아무개씨에게 옛 여의도 MBC 사옥을 매각하라고 MBC 실무자들을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여의도 사옥은 외부 사업자와 MBC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로 이미 가닥이 잡혔는데 고 이사장이 지난해 방문진 이사회에서 “4800억 원에 일시불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수의계약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은 그냥 팔기 싫다는 이야기“ 등 지속적으로 매각을 강권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노조 폭로 내용을 보면, 고 이사장은 ‘이권 노린 브로커’에 불과한 것 같다”며 “2016년 2월 고 이사장은 백종문 MBC 본부장(현 부사장)을 불러서 여의도 사옥을 자기가 아는 사업가 하모씨에게 4800억 원 현찰을 받고 팔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 의원은 “그 당시 이미 방문진 이사회는 여의도 사옥을 공동 개발하기로 추인한 바 있다”며 “이걸 뒤집고 자기가 아는 사업가 하씨에게 4800억 원에 팔라고 계속 압력을 행사했다. 정기 이사회에서 여러 차례 공개 발언도 했다. 이후 하씨는 MBC를 제집 드나들 듯 하며 MBC 경영진들을 만나 ‘왜 빨리 사지 않느냐’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씨는 그냥 명함만 파고 다니는 부동산 건설사였다”며 “그는 대형 건설사를 사업 파트너로 삼아 1조 원의 지급 보증을 받기로 했다는데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런 강압이 노조에 들통 나자 고 이사장은 이제와 ‘(하씨가) 좋은 조건을 제시해 한번 보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효성 위원장에게 “이는 MBC 경영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자 월권”이라며 “이런 사람이 버젓이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버티고 있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아침(13일)에 그런 (노조의) 폭로가 있었다는 걸 보고 받았다”며 “저희가 그런 것을 포함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고 (방문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방통위 상임위원들 간 합의를 거쳐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 이사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하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4300억 원도 못 받던 걸 4800억 원에 팔면 MBC에는 좋은 일 아닌가. 4300억 원도 못 받는 상황에서 4800억 원에 안 팔겠다는 실무자들이 정상으로 보이겠나. (MBC 실무자들이)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러나 의심이 들어서 (그들에게 내가) 곱게 말을 안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씨라는 사람을 내가 외부에서 따로 만났다든지 그에게 커피를 얻어먹었다든지 내가 이전에 그를 알고 있던 사이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가져오라”며 “(MBC 구성원들의) 소원대로 사퇴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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