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임의로 변경한 후 정부부처에 통보하는 절차도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13일 오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조작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안보실로부터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수정 지침을 통보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2014년 8월8일 국가안보실로부터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일부를 수정하라는 문서를 ‘비밀 형태’로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비밀 형태’에 대해 당시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수정 지시’라는 제목으로 하달한 비밀등급(대외비) 문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동민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안보 및 재난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고 기본지침을 수정하라며 ‘비밀문서’로 보건복지부에 비상안전기획관을 통해 전달했다.
기 의원은 “당시 오재복 복지부 비상안전기획관(육사 출신)은 통보된 수정 지시문을 근거로 2013년에 수령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수정했다”며 “당시 수정 지시문과 수정 전 기본지침은 파기된 것으로 밝혀져 청와대 주도의 전 부처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이어 “청와대의 불합리한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군과 관료조직도 세월호 조작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민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청와대 주도로 김관진(안보실장) 라인을 통해 전 부처가 동원된 ‘박근혜 구하기’가 자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지난 12일 밝혀진 세월호 문건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부패방지부에 수사의뢰서를 전자문서로 전달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대통령 보고 시점이 담긴 상황보고서를 6개월 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하고, 대통령 훈령을 정식 절차 없이 수정한 점에 공문서위조·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또 조작된 문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자료로 활용한 점은 공문서 위조 및 동행사, 당시 안행부 공무원 등이 임의로 불법 변경된 지침에 따라서 재난안전대책 수립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