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5일 간 단식을 이어 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해제하고 오는 25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교육부 측이 성실 교섭을 약속함에 따라 노사 간 재교섭이 착수된 상황으로, 교섭 결과에 따라 총파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여지도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1일 오전 단식농성장이 설치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내용없는 성실교섭 약속만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면서 “전국 약 9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가입돼있는 연대회의 소속 노동조합들은 오는 10월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 11일 오전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이 11일 오전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기자회견을 마친 연대회의는 서울시교육청 앞 단식농성장을 자진철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1일 기자회견을 마친 연대회의는 서울시교육청 앞 단식농성장을 자진철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연대회의는 지난 10일 밤 9시 김상곤 교육부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등이 농성장을 방문해 집단 교섭 파행에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간 대화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밝혀옴에 따라 단식 중단을 결정, 11일 농성장을 철거했다.

하지만 총파업 계획은 철회되지 않았다. 연대회의는 지난 10일 오후 3시 경 이날 개최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계획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교육부장관 등은 이후 농성장을 방문해 성실 교섭을 약속했으나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간끌기와 꼼수로 일관한 사용자측의 태도에 실망을 넘어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총파업 방침을 유지했다.

연대회의와 교육부 측은 현재 실무협의 창구를 만드는 데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진행된 교육부와 연대회의 간 간담회 결과, 연대회의 측 3명, 교육청 측 3명 등 총 6명으로 실무교섭단을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연대회의 측에선 소속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에서 각 1명이, 교육청 측에선 서울·경기·부산 교육청 관계자가 한명씩 참여한다. 실무교섭은 금주 중 진행될 예정이다.

관건은 지난달 26일 교육부 측이 제시한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 변경안’ 철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노조 측이 요구하는 근속수당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연대회의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반발해 다음 날인 9월27일 전격 단식농성에 돌입해 10월11일까지 진행해왔다.

교육부 측 안은 최저임금법을 임금 인상없이 시간당 임금 산정 계산법만 달리해 충족시키는 ‘꼼수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 안에 따르면 월 160만 원 기본급 기준, 시간당 임금은 6584원(243시간 기준)에서 7655원(209시간 기준)으로 올라간다. 연대회의는 2018년 법정최저임금이 7530원인 사실을 고려할 때 교육부가 임금인상 없이 법정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법을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최저임금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을 민간에 주는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법과 제도를 지키라”고 주장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연대회의 측은 ‘통상임금 산정시간 변경안 철회’와 ‘근속수당 3만원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 측이 기존 안을 철회하지 않거나 근속수당 3만원 인상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5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학교회계직원’ ‘교육공무직’ 등으로 분류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8월18일부터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2017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을 진행해왔다. 학교 비정규직 임금 교섭 역사상 최초 시도된 집단 교섭으로, 기관 별로 제각각인 임금 체계를 통일시킬 기회로 여겨졌다.

근속수당 도입은 집단 교섭의 핵심 의제다. 연대회의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할 방안으로 전 직종 1년차부터 근속수당 5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교섭이 진행되며 연대회의는 양보안으로 2년차부터 근속수당 3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행 제도에선 4년차 이상 교육공무직에 한해 ‘장기근무가산금’이 지급된다. 1년에 2만원씩 인상되며 상한선은 31~35만 원 수준이다. 반면 호봉제가 적용되는 정규직은 근속 1년 마다 기본급 인상, 정근수당 가산금 등의 명목으로 8~10만 원 가량이 인상된다. 연대회의 분석 결과 교육기관 및 교육청에 소속된 비정규직 임금은 2015년 정규직 임금의 60%로 나타났다.

연대회의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정부와 교육청이 결단해야 한다”며 “시간끌기식 교섭태도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를 중단하고, 노조의 최소한의 요구안인 2년차부터 근속수당 3만원 제도를 올해 우선적으로 도입해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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