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추석을 앞두고 주요 일간지들은 저마다 명절 기획을 내놨다. 평소 1면 기사도 그렇지만, 명절 때 1면 기사나 기획기사는 해당 신문사의 정체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 보통 언론에서는 명절을 맞아 ‘명절 아이템’을 미리 작성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보통 신문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평소에는 현안에 밀리는 아이템들이 1면에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치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이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脫(탈)원전, 핵무장 잠재력까지 날려버린다’는 기사를,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직접고용 희망 생겨…드디어 고향 갑니다’ 기사를, 경향신문은 1면에 이어 4면을 할애해 ‘혐오를 넘어’라는 기획을 배치했다. 각 신문사의 주요 의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사들이다.

우선 조선일보 1면의 ‘脫(탈)원전, 핵무장 잠재력까지 날려버린다’ 기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탈원전을 할 경우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전문 인력 해외 유출, 관련 인프라 위축 등으로 유사시 우리가 핵 개발을 결심하더라도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지금보다 2배 이상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2일 조선일보 1면.
▲ 2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탈원전 비판 기사를 3면에도 전면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 ‘核(핵)연구인력 4000명, 탈원전땐 해외로, 핵인프라 무너질 것’, ‘일본은 핵기술 차곡차곡 쌓아 3개월이면 핵무장’, ‘에너지 비축기간, 원자력 18개월, LNG48일’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 2일 조선일보 3면.
▲ 2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탈원전 정책’을 밝힌 후, 수백건의 ‘탈원전 비판’ 기사를 써왔다. 지난 7월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광고를 실은 108개 매체 가운데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받은 곳 역시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의 6월~7월 탈원전 관련 기사만 240건이었다.

(관련 기사: 오마이뉴스: ‘탈원전 비판’ 조중동에 한수원 광고 몰렸다)

한겨레의 1면 기사는 ‘직접고용 희망 생겨 드디어 고향 갑니다’로, 최근 불법파견이 인정된 사업장 노동자들의 추석 풍경을 담았다. 이외에도 한겨레는 5면에 추석용 아이템을 배치했는데, 1면 기사에서 이어지는 기사인 ‘해고뒤 내일 기약할 수 없어 고향길이 멀기만 했죠’와 특수학교 부모들의 심정을 전한 ‘긴장 풀지 못하는 무릎 호소 부모들’, 성소수자의 추석 이야기를 담은 ‘성소수자의 추석, 불편하거나 당당하거나’를 배치했다.

▲ 2일 한겨레 1면.
▲ 2일 한겨레 1면.
▲ 2일 한겨레 5면.
▲ 2일 한겨레 5면.
경향신문은 4~6면에 걸쳐 ‘혐오를 넘어’라는 기획을 배치했다. 추석기획이자 경향신문 71주년 창간기획이다. ‘혐오를 넘어’는 1면에 이어 ‘엄마를 욕하며 노는 아이들, 교실이 혐오의 배양지가 됐다’(4면), ‘분노와 불안 왜곡된 투사, 세상이 온통 색안경을 썼다’(5면), ‘혐오를 맞서는 사람들’(6면)을 배치했다. 6면 인터뷰에서는 ‘맘충’이라는 혐오표현을 듣는 엄마들, 플러스 사이즈 모델,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페미니스트 교사 등 혐오 표현에 노출돼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 2일 경향신문 1면.
▲ 2일 경향신문 1면.
▲ 2일 경향신문 4면.
▲ 2일 경향신문 4면.
중앙일보는 이날 1면 기사로 지난달 강서구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관련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었던 장애아 부모의 편지를 배치했다. 2면에는 ‘추석 맞아 찾아본 공원 묘지’에서 한용운, 이중섭, 차중락 등 근현대사 인물의 묘지 이야기를 다뤘다.

▲ 2일 중앙일보 1면.
▲ 2일 중앙일보 1면.
한국일보는 3일 은퇴경기를 치르는 야구선수 이승엽의 기사를 1면 사진기사에 이어 2면 전면으로 배치했다.

▲ 2일 한국일보 2면.
▲ 2일 한국일보 2면.
국민일보는 보통 32면 이후 배치하는 종교 기사를 17면부터 배치했다. 종교 3면에는 추석 기획으로 ‘차례 음식, 술 때문에 시험에 들었습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기독교인들이 제사나 차례를 지내면서 받는 난감한 질문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기사다.

▲ 2일 국민일보 종교 3면(19면).
▲ 2일 국민일보 종교 3면(19면).
그 외 신문들은 생활과 연관된 추석 아이템을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2면 기사로 이색 고속도로 휴게소를 소개했다. 주간동아의 ‘친척이란’ 설문을 인용해 ‘사촌도 서먹, 결혼이라도 해야 연락’이라는 기사도 실었다.

▲ 2일 동아일보 2면.
▲ 2일 동아일보 2면.

서울신문도 ‘명절이면 고성, 핀잔, 절연…댁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라는 기사로, 명절에 벌어지는 가족 간 갈등을 다루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9면 사회면에서 ‘황금연휴는 사치, 서울 원정 단기특강 몰리는 수험생들’에서 추석에도 공부하는 대입수험생들의 스케치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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