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어린이 피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던 시기에 이문호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대주주) 이사장이 연합뉴스 한국맥도날드 담당 기자와 부장에게 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이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가급적 공평하게 다룰 수 있느냐는 정도의 말만 했다”며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비판이 아쉽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에 따르면, 이문호 이사장은 지난 8월11일 오후 연합뉴스 소비자경제부 A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옛날에 우리 회사(연합뉴스)에 B씨라는 상무님이 계셨다”고 운을 뗐다.

이 이사장은 이미 별세한 연합뉴스 전 상무였던 B씨의 딸이 현재 한국맥도날드 대표로 있으며, B씨의 부인(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어머니)이 자신에게 부탁 전화를 했다고 A 기자에게 설명했다. B씨 부인이 이 이사장에게 “양쪽 얘기를 공평하게 다뤄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는 것.

▲ 이문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사진=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 이문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사진=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이 이사장은 A 기자에게 “우리가 공평하게 다루지 않을 건 없지만 (B씨가) 우리 회사에 계셨던 대선배니까 우리 A 기자가 염두에 두시면서 기사 쓰실 때 그런 것을 배려해달라는 뜻으로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1967년 동양통신에 입사해 연합뉴스 전신인 연합통신 주일본특파원, 외신3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전무이사까지 거친 원로이자 베테랑 통신사 기자였다.

이 이사장은 A 기자에게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모친이) 내가 마침 이사장 자리에 있으니까 생각이 나서 나한테 전화를 했다”며 “자기 딸이 맥도날드 코리아 대표인데 얘기 좀 해주라고. 그런 뜻이지 개별 사안에 대해 특별히 어떻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시종일관 온화하고 정중한 말투였지만 담당 기자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A 기자는 이 이사장에게 “이런 전화가 부담스럽다는 걸 잘 아실 텐데, 저는 부담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사를 쓰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 이사장은 연합뉴스 담당 부장에게도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측 편집위원들은 지난 27일 노사 편집위원회에 이 사안을 문제 삼고 사측 편집위원들에게 논의를 요구했다. 사측은 “이 사안을 노사 편집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회사는 외부 민원이 있더라도 이에 영향 받지 않고 공정하게 치우침 없이 기사가 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29일 노보를 통해 “압력성 청탁 전화가 노골적 지시를 담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전화를 건 사람의 배경과 지위를 고려하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이를 압력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29일 통화에서 “내가 맥도날드를 특정한 방향으로 봐주라고 한 이야기도 아니고…. B씨 부인 이야기를 전한 것 뿐”이라며 “기업들과 싸우다보면 지나치게 공격적일 수 있는데 ‘가급적 공평하게 다룰 수 있느냐’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걸 그런 식(청탁성 전화)으로 말하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고기 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피해자 A양(4) 가족이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식품 위생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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