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기독교 방송인데, 한국 기독교를 비판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웠다. ‘사랑으로 감싸야지 왜 비판만 하느냐’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상처는 곪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등 기독교에 대한 애정이 없는 방송들이 비판한다면 더욱 쓰라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27일 서울 공덕동에서 열린 CBS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루터 로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인 박유진 PD의 말이다.

‘다시 쓰는 루터 로드’는 1517년 10월31일 독일의 수도사이며 신학교수인 마틴 루터의 ‘95개 조문’ 발표로 시작된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적 의의를 다루는 3부작 다큐멘터리다. 

1부 ‘돈과 권력’(10월13일 방영), 2부 ‘말씀과 실천’(10월20일 방영), 3부 ‘프로테스탄트’(10월27일)로 구성돼있다. ‘다시 쓰는 루터 로드’에는 독일 루터 교회의 마곳 카스만 박사, 한스 카르쉬 루터교세계연맹 교회협의회장, 콘라드 라이저 전 세계교회협의회 WCC 총무, 요하네스 오이리히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등 독일 내 유명 신학자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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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다큐멘터리에는 한국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포함됐다. 연출을 맡은 박유진 PD에 따르면 △담임 목사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는 한국 교회의 교권주의 △교회가 ‘아들 목사’에게 세습되는 세습주의 △너무 화려하고 거창한 교회 건물 △이웃을 돌보지 않는, 사회적 참여가 모자란 교회의 현재 모습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박 PD는 “특히 이웃을 돌보지 않았던 교회들의 문제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담았다”며 “함께 연대하고 아파한 교회들도 많았지만, 일부 목사들은 오히려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남기평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진 시기를 기억하는데, 그 주가 부활주일이었다”며 “하지만 한국교회는 세월호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 총무는 “현재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윤리 문제와 함께 사회와 소통하지 않아, 많은 청년들의 이탈현상을 겪고 있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자정능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27일 오전 서울 공덕동에서 CBS 종교개혁 500주년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루터 로드'의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BS 제공
▲ 27일 오전 서울 공덕동에서 CBS 종교개혁 500주년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루터 로드'의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BS 제공
박유진 PD와 함께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은 반태경 PD는 “한국교회를 비판만 하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속 비판 역시 한국 교회에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본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부 한국 교회의 '나만 잘 살자'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웃을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보자는 제안을 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했다.

‘다시 쓰는 루터로드’는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게시한 독일 비텐베르크 성채교회 등 독일의 종교개혁 성지를 도는 ‘신학적 로드 다큐멘터리’다. 박유진PD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여행, 인물, 역사, 신학이라는 영역을 다양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라며 “독일 주도시를 여행하는 여행 다큐멘터리, 마틴 루터라는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역사 다큐멘터리이자 인물 다큐이며, 동시에 신학 다큐”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JTBC ‘비정상회담’으로 유명세를 얻은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출연해 관심을 끌기도 한다. 다니엘 린데만은 이날 간담회에서 “독일인이지만 독일의 종교개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몰랐던 독일의 도시와 성들을 방문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 목사님에게 많이 배우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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