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의 ‘시간 끌기’ 전략, 방통위 어떻게 맞설까
방문진의 ‘시간 끌기’ 전략, 방통위 어떻게 맞설까
방통위 감독권한 두고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자료제출 요구는 명분 쌓기 성격, 소송과 무관하게 결단 가능”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사태에 개입을 시작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시간 끌기’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이지만 방통위가 감독권한을 행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오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직접 방문해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MBC 노조 파업에 따른 방송 차질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BC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진이 방통위에 제출해야 할 자료는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해 방문진 법인카드 및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 △국내외 출장 여비 집행 현황 △예산 집행 관련 결재 서류 및 회계 장부 등 ‘방문진 일반 현황 내용’과 △MBC 사장 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일체 △방문진 이사회의 MBC 사장 등 임원 출석 요구 관련 현황 △MBC 관계사에 대한 감사 관련 자료 일체 등 ‘방문진의 MBC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사항’이다.

▲ 왼쪽부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김장겸 MBC 사장.
▲ 왼쪽부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김장겸 MBC 사장.

그러나 방문진은 자료제출을 거부한 채 ‘방통위가 감독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방통위에 방문진에 대한 검사권이 있다는 설과 없다는 설이 나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가 “국가 재정지원이 전무한 주식회사에 대해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연상하는 방대한 경영 관련 자료 요구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법리적인 검토를 하게 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에 ‘방송문화진흥회’의 감독을 ‘방송통신위원회’가 맡는다고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한이 불분명하다는 게 MBC와 방문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2002년 법제처가 방문진이 ‘방송위원회’를 주무관청으로 하고 검사, 감독의 대상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방문진법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와 감사를 방통위가 임명할 뿐 아니라 MBC 예결산을 방통위에 제출해야 하며 방문진 정관 변경시 방통위의 인가를 받는 등 일상적으로 방통위가 감독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MBC와 방문진이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문제 삼는 이유는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강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행정소송을 하게 되면 판결 기한이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재판부가 급박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빠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체되는 건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어떻게 대처할까. 29일까지 방문진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방통위는 방문진 또는 방문진 이사에게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처벌 자체가 강력한 건 아니지만 처벌이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 대부분은 이미 국회에서 요구해온 것과 다르지 않고, 방통위의 방송 감사 기능이 강력하지 않아 방대한 자료를 제때 분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해임 사유를 밝혀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절차이자 명분 쌓기 성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해임 사유가 충분한 상황에서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문진의 자료제출여부와 무관하게 방통위가 관리감독 기구로서 △‘문재인 공산주의자’ 등 발언으로 형사기소 된 사실 △MBC 노조탄압 방치 등 직무유기 △특정 노조 조합원 업무배제 지시 등이 방문진법과 방송법이 규정한 이사로서 의무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처음부터 방통위 차원에서 방문진의 자료제출 거부나 행정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자료제출 요구 전날 미디어오늘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문제해결 의지가 강하다. 방통위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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