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성매매’ 관련 이슈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삼성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한겨레가 다른 일간지에 비해 삼성광고를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전 사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을 앞둔 지난 6월부터 ‘광고축소’가 노골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주요 종합일간지 지면광고를 확인한 결과 삼성은 한겨레에 4개월간 각각 4회·2회·3회·2회 등 총 11회 광고를 냈다. 같은 기간 삼성은 조선일보 42회, 한국일보 38회, 동아일보 36회, 서울신문 27회, 국민일보 23회 광고를 냈다. 한겨레와 비교할 때 2배~4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겨레와 함께 소위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에도 삼성은 같은 기간 26회 광고를 냈다.

▲ 주요 일간지 삼성 광고 집행 건수.
▲ 주요 일간지 삼성 광고 집행 건수.

6월만 놓고 볼 때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광고 집행이 4회로 동일했지만, 7월부터 한겨레는 다른 신문사와의 광고 집행에서 격차를 보인다. 7월부터 9월까지를 보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엔 각각 22회, 27회 삼성광고가 실렸지만 같은 기간 한겨레엔 7회 실렸다. 

이재용 부회장 공판이 본격화된 7월 한 달 간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39건과 19건이었고, 긍정적인 기사는 각각 8건과 21건으로 나타났다는 게 한겨레 측의 주장이다. 

이 무렵 기사논조를 살펴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 예로,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문건이 나온 사실을 전하는 지난 7월15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두 신문은 각각 1면을 포함해 여러 건의 기사와 사설로 해당 소식을 전하며 비판했다. 한겨레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지원에 초점을 맞췄으나 경향은 이보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날 사설 제목만 봐도 한겨레는 “문건으로 확인된 박근혜 정부의 ‘삼성 승계 개입’”이라며 삼성비판에 초점을 뒀지만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실상 담은 박근혜 민정비서관실 문건의 충격”으로 삼성이 아닌 정치권 비판에 무게를 뒀다. 삼성이 문건 존재를 몰랐다는 삼성 쪽 입장을 담은 기사를 경향신문이 2면에 배치했던 대목도 눈에 띈다.

▲ 7월15일자 한겨레 사설
▲ 7월15일자 한겨레 사설
▲ 7월15일자 경향신문 사설
▲ 7월15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관계자에 따르면 차별적인 광고 집행에 대한 설명을 삼성에 요구했지만 삼성 측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삼성 측이 한겨레 기사에 대해 ‘기사 수정요청’ 등의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소위 ‘관리가 되지 않는’ 언론사로 분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이 ‘광고차별’을 진행하는 이유가 ‘이재용 뇌물죄’ 프레임을 만든 곳이 한겨레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초반 비판의 칼날은 청와대를 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한겨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의 3세 승계구도를 완성하는 절차였고, 이를 위해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삼성의 광고차별은 2007년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에도 있었다. 해당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해 삼성은 같은해 12월 광고를 끊었고, 매월 억 단위의 금액을 광고비로 받던 두 신문사는 2008년 한 해 동안 1000만원 안팎의 광고비를 받았을 뿐이다. 이번에는 삼성이 한겨레에 한 달에 2~3회 정도로 광고를 집행해 ‘광고를 끊었다’는 비판은 피하면서도 신문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특정 언론에 대해 광고탄압에 나서온 곳은 재벌 중 삼성이 유일하다”며 “한겨레 외에도 JTBC·중앙일보·SBS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의 광고 편파 집행은 촛불혁명을 이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고매출 다변화와 신규사업 진출” 등을 언급하며 재벌광고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7월 한 달간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39건과 19건이었고, 긍정적인 기사는 각각 8건과 21건으로 나타났다는 게 한겨레 측의 주장’이라는 내용과 관련해 “(경향신문 부분은)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미디어오늘이 보도 과정에서 경향신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입장 표명을 요청하지 않은 데 대해 “저널리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며 유감을 공식 표명했다.

(10월2일 오후 6시45분 경향신문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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