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박근혜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통제를 폭로했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21일 사내 게시판에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김 전 국장은 사내 게시글을 통해 “고대영 선배께 올린다”며 “저는 기자 초창기 고 선배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고 선배는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저는 정치부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 그렇게 지내던 중 고 선배를 모스크바에서 만났다”며 “특파원 인수인계를 한다며 고 선배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때 사실 인간 고대영을 처음 접하고 사람은 겉으로만 볼 것이 아니구나 하고 저 자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 선배는 스스로도 잘 아시듯이 이른바 의리 있고 후배들도 잘 챙기는 기자 선배로서 장점이 많은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며 “그래서 사실 고 선배가 사장으로 오시길 바랐었고 사장으로 오셨을 때 기대도 컸었다”고 술회했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어 “그러나 그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이 무너졌다”며 “국민들과 언론학자 그리고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여러 조사를 보면 고 선배께서 사장으로 오신 이후 KBS 신뢰도와 영향력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KBS는 망가졌고 시쳇말로 하자면 고 선배께서는 KBS를 말아 드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국장은 “고 선배, KBS 사장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 어떻게 지실 건가”라며 “이런데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정당한 것인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도 억지지만 기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 전 국장은 “고 선배께서 이토록 지질한 분이 아니지 않느냐”며 “남자답게 결단을 내려달라.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사장의 권리를 주장하시기 전에 사장으로서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무너진 신뢰도와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지시라”며 “누군가는 분명 책임이 있을진대 고 선배께서 책임을 지지 못하시겠다면 책임져야 할 자를 찾아 달라. 그러면 우리 전 사원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말했다.

2014년 5월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은 ‘세월호 교통사고 비유’ 논란에 휩싸인 김 전 국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퇴를 종용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과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통제 사실을 폭로했다. 

KBS 양대 노조는 ‘길환영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KBS 이사회는 길 사장 해임을 당시 대통령 박근혜에게 제청했다. 박근혜는 그해 6월 길 사장을 해임했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무소속 의원)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정황이 담긴 녹취 육성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김 전 국장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길 전 사장이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2014년 5월 KBS 보도국장에서 보직 사퇴한 후 KBS 방송문화연구소 발령을 받았던 김 전 국장은 고대영 KBS 사장 재임 시기인 지난해 9월 ‘수원 연수원’ 발령을 받았다. 아래는 김 전 국장이 고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사내 게시판에 남긴 글 전문이다.

▲ 지난 1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고대영 선배께 올립니다.

고선배~저는 기자 초창기 고선배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고선배는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저는 정치부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특히 고선배께서 편집부에 계실 때 박성범 앵커의 드레스 셔츠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고선배 욕도 많이 했었습니다. 무슨 기자가 얼마나 못났으면 앵커 옷이나 들고 다닐까? 고선배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나 같은 기자인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고선배를 모스크바에서 만났죠. 특파원 인수인계를 한다며 고선배와 거의 매일 술을 마셨죠. 그때 사실 인간 고대영을 처음 접하고 사람은 겉으로만 볼 것이 아니구나 하고 저 자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고 선배는 스스로도 잘 아시듯이 이른바 의리있고 후배들도 잘 챙기는 기자 선배로서 장점이 많은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사실 고 선배가 사장으로 오시길 바랐었고 사장으로 오셨을 때 기대도 컸었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이 무너졌습니다.

한 민영회사가 있습니다. 44년 전 출범한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까지만 해도 매출액도 꾸준히 늘었고 영업이익은 늘 흑자였습니다. 그런데 1년 반 전 이 회사에 새 사장이 온 이후 매출액은 반토막이 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 주주들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니까 사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합니다.

과연 상식적인 사장입니까? KBS가 돈을 벌기 위한 민영기업이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언론기관인 이상 KBS에서의 매출액은 신뢰도며 영업이익은 바로 영향력입니다.

국민들과 언론학자 그리고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여러 조사를 보면 고선배께서 사장으로 오신 이후 KBS 신뢰도와 영향력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KBS는 망가졌고 시쳇말로 하자면 고선배께서는 KBS를 말아드신 겁니다. 고선배~ KBS 사장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 어떻게 지시겠습니까? 이런데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정당한 것입니까? 주주들인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도 억지지만 기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고선배께서 이토록 지질한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남자답게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사장의 권리를 주장하시기 전에 사장으로서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토록 무너진 신뢰도와 영향력에 대한 책임을 지십시오. 고선배께서 책임을 지지 않으신다면 누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합니까? 누군가는 분명 책임이 있을진대 고선배께서 책임을 지지 못하시겠다면 책임을 져야 할 자를 찾아주십시오. 그러면 우리 전 사원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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