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MBC ‘리얼스토리 눈’ PD가 외주제작업체에 쏟은 욕설이 논란이 됐는데, 21일 ‘리얼스토리 눈’이 종방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는데 그냥 프로그램 폐지하고 끝나게 생겼다. 이 프로그램을 하던 외주 PD들, 스태프들이 오늘부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21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을없는 방송제작 근로환경을 조성을 위한 집담회’에서는 논란의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눈’의 사례가 언급됐다.

139010_201815_1411.jpg
배대식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리얼스토리 눈’을 두고 ‘갑질 종합선물세트’라며 “폐지로 인해 근본적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넘어가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방송사들은 몇 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사무국장은 “리얼스토리 눈 사례 외에도 다른 PD들의 갑질 사례들을 많이 모아뒀고, 곧 폭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외주PD들이나 독립 제작사들은 폭로를 하면 이 바닥을 떠나야 하니 쉽게 폭로하지 못했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협회들이 협동해 함께 이 갑질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한국독립PD협회 방불특위원장(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특별대책위원회)은 자신의 토론 시간을 아예 ‘리얼 스토리 눈’ 이현숙 MBC 편성본부 특임국장이 외주PD들에게 욕설을 하는 것을 공개하는 데 할애했다.

19일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이 국장이 제작진에게 “섹스 하다가 여자가 막 헐레벌떡 침 흘리면서 흥분해, 근데 깨는 소리하는 거야 저게. 그런 그게 사정이 되냐? 어? 왜 느낌을 못살려 느낌을”, “해 오는 대로 적당히 내버려두고 월급 받아 처먹고 사니까 좋냐?” 등 막말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관련기사: MBC ‘리얼스토리 눈’ 본사 사람들의 리얼 ‘갑질’ 스토리)

▲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을없는 방송제작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집담회'. 사진=정민경 기자
▲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을없는 방송제작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집담회'. 사진=정민경 기자
최영기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런 일을 당하고 숨죽이고 산 것이 부끄럽다”며 “이는 방송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극히 일부이며, 이제는 당하지 않고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영대 변호사(법무법인 수호)는 “‘리얼스토리 눈’의 갑작스러운 종방은 부당노동행위를 조사 받아야 할 회사가 갑자기 직장폐쇄를 선언한 셈”이라며 “일선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제작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방송 종사자들의 조직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용한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는 “이런 사태는 외주제작이 도입된 1990년대부터 예견된 사태일 수 있다”며 “방송국이 제작과 송출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 이런 불균형한 힘을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송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많은 방송 제작자들이 프리랜서로 바뀌어가면서 뿔뿔이 흩어졌고,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개인들로 파편화됐다”며 “아무리 제도개선을 한다한들 불균형한 힘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갑’들이 제도를 따르지 않을 것이며 불균형한 힘을 바로잡기 위해 노동조합이나 협회 등을 꾸려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