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작으로 시작한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 2회 연장되고, 추석 명절기간 1시간 편성이 결정됐다. ‘영수증’은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속 코너에서 시작했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독립했고 현재 KBS2 TV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영수증을 보내고, 김생민이 이에 대해 ‘절약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를 슬로건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생민은 돈을 절약하지 않고 쓰는 이들에게 ‘스튜핏(stupid)’을 외친다. 사람들은 여기에 열광한다.

▲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생민.
▲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생민.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티끌 모아봤자 티끌’이라며 ‘탕진잼’(월급을 탕진하는 재미라는 뜻)을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일까? ‘YOLO’를 비웃는 ‘YALT’(You Also Live Tomorrow, 당신은 내일도 산다)족이 있다지만, 지독하게 절약을 강조하는 ‘영수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의외의 현상처럼 느껴진다.

‘영수증’의 인기 비결은 어쩌면 ‘절약’이라는 핵심 슬로건에 대한 공감보다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호감이 아닐까. ‘영수증’에는 요가를 다녀오다가 집에 오는 길에 사먹은 떡볶이, 신발가게에서 두 가지 색깔의 신발을 고민하다가 모두 사버린 신발 두 켤레, 좋아하는 가수의 컴백에 여러 장 사버린 음반, 가을을 맞아 산 가죽 재킷 등 시청자들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예인이라지만 억대 출연료를 받는 게 아닌, 월급쟁이처럼 살아왔다는 김생민은 이런 ‘생활감’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연예인임에도 불구, 직장인들보다 지독하게 절약하면서 소박하게 살아 온 모습을 어필한다. 육아 프로그램에서나, 연예인이 혼자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타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삶을 지켜봤던 시청자들이 보기에 희소한 캐릭터다. 

▲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화면 캡쳐.
▲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화면 캡쳐.
이런 조건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가 하는 ‘스튜핏’이라는 말에 웃을 수 있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TV에서 봐왔던 연예인들은 나와 다른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나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김생민은 ‘내 삶’ 중 아주 자질구레한 지출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희소한 연예인이다. 이런 연예인에 호감이 더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김생민이 20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코너를 갖게 된 상황도 시청자들이 응원을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화려한 연예계에서 묵묵하게 월급쟁이처럼 출근했고, 그 노력이 보상받는 모습은 (거창하지만) ‘사회 정의’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영수증’의 컨셉,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김생민과 김숙, 송은이의 호흡과 개그도 프로그램 인기의 이유겠지만 프로그램 자체보다 김생민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더 열광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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