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가동된 ‘연예인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 현실이 정말 어이상실”이라며 일갈했다.

김미화씨는 19일 오전 10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 세력 퇴출 활동(이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김씨는 출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2010년에 KBS에서 블랙리스트 건으로 조사를 받고 7년 만에 다시 검찰에 출두했다”며 “심경이 정말 안좋다. 성실하게 이 사건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내가 9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방송인 김미화가 참고인 신분으로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방송인 김미화가 참고인 신분으로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씨는 ‘동료 피해 연예인이 많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왜 하필 저냐고, 집에서 한탄을 하면서 생각을 좀 해봤다”며 “비슷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동료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을 하려고 하는 많은 후배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선배로서 이 자리에 기꺼이 서야겠다 생각했고 열심히 조사에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을 향해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시를) 하달하면 국정원에서 그걸 실행했고 방송국에 있는 많은 간부, 이하 사장님 이런 분들이 그것을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다시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에 일일보고 했다는 것이 이번 국정원 사건의 진수”라며 “그런 것들을 실행하도록 시킨 대통령이 정말, 요즘 젊은 사람 말대로 ‘이거 실화냐?’”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사찰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이 나라를 믿고 이야기를 하며 활동을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동안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미화씨는 2010년 7월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KBS 내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밝혀달라’며 블랙리스트 정황을 폭로한 바 있다. KBS는 당일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당시 김씨는 KBS 관계자로부터 ‘KBS에 더이상 출연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해들은 후였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그때 트라우마가 지금 나에게 있다. 이런 자리에 다시 선다는 게 몹시 괴롭고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년 동안 그런 일들이 정말 전방위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실행됐다는 거다. 이것은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든 이런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그는 “고소 범위를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어느 범위까지 갈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화씨는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지시를 이행한 '좌파 연예인 대응 T/F' 연예인 명단에 속해 있다. 좌파 연예인 대응 T/F는 '문화예술계 핵심 종북세력 명단'이란 이름으로 △이외수, 조정래 등 문화계 인사 6명 △문성근, 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등 가수 8명 등 총 82명의 연예인을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올렸다.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11일 이를 'MB 정부 시기 문화·예술계 내 정부 비판 세력 퇴출' 사건으로 규정,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으로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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