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 첫 발을 뗐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법무부 개혁위)가 법무부에 권고할 공수처 설치와 운영안을 공개했다. 이명박정부 국정원이 KBS, MBC 이외에도 SBS와 케이블 방송 등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출연을 막았던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전해졌다.

첫 발걸음 뗀 공수처 신설

법무부 개혁위는 18일 법무부에 권고할 ‘공수처 설치와 운영안’을 공개했다. 한인섭 개혁위 위원장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는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권력형 범죄의 수사·공소를 담당하며 검사의 모든 범죄를 수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 정리와 국회 입법 절차를 통해 수정될 수 있지만 검사의 ‘기소권 독점’을 허무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구상이라는 평가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갖는다.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 판사·검사·경찰공무원(경무관급 이상) 등이 수사 대상이다. 대통령 가족은 4촌 이내 친족까지다. 퇴임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고위 공직자는 재직 당시 범죄에 대해 수사받을 수 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수사대상 범죄는 뇌물수수나 알선수재, 직권남용, 국정원의 정치관여, 비밀 누설 등 공무원의 직무상 범죄가 핵심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다가 기업이 관련된 증거가 발견되면 기업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수처와 검·경 비위의 상호견제를 위해 공수처장은 공수처 검사의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고, 검사나 고위직 경찰공무원이 혐의가 드러나면 검·경은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장은 국회에 둔 추천위원회에서 2인을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임기는 3년(중임 불가)이며 경력 15년 이상의 법조인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가 공수처장이 될 수 있다.

공수처 구성인원은 검사와 수사관 등을 모두 포함해 총 120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규모 뿐만아니라 역할, 기능 등을 고려하면 ‘매머드급 공수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공수처 권고안에 대해 주요 조간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조선·동아 등은 공수처가 정권과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낸 반면, 한겨레·경향 등은 국민 지지가 높은 사안인 만큼 이번만큼은 공수처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사설(위)과 동아일보 사설(아래).
▲ 조선일보 사설(위)과 동아일보 사설(아래).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공수처가 사실상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사설에서 공수처장에 대해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검찰총장 인선과 다를 게 없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추천해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 밖에 둬야 진짜 독립 수사기관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막강한 권한의 자의적 사용을 통제할 장치가 부족한 만큼 국회 논의 때 공수처 권한 남용을 막을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구성될 지도 의문”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권고안에 대해 “대체로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수처의 역할을 ‘기득권을 버리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친검찰의원 등 ‘검찰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뚫기 위해선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권력자와 검찰의 비리를 단죄하고 방지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며 공수처 권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검찰을 활용해 야당 등을 탄압하려는 집권세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번번이 (공수처 설치는) 수포로 돌아갔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공수처 신설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자유한국당만 공수처 안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공수처 안이 수정 없이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18일 “공수처는 초헌법적 권력기관이 되어 비정상적인 상시 사찰기구로 전락해 결국 대한민국 권력 문제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MB 국정원, SBS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압박”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 KBS, MBC에 이어 SBS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등을 ‘좌파’로 낙인찍어 활동을 못하도록 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는 SBS에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든 연예인의 활동 배제를 요청했다.

▲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2010년 3월 국정원 TF는 SBS 쪽에 ‘배우 김민선씨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고를 수뇌부에 했다. 당시 TF에서는 “허 아무개 드라마국장과 김 아무개 총괄기획CP가 캐스팅 배제를 약속했다”는 조처 결과를 윗선에 보고했다.

당시 김민선씨는 2008년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뒤 이명박 정권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의 피해는 권해효씨에게도 돌아왔다. 권해효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 때 사회를 봤다. 2010년 1월 TF는 “허 아무개 드라마국장과 김아무개 총괄기획CP를 통해 드라마 ‘제중원’ 배역 축소와 새로운 드라마 편성 시 사전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케이블방송인 M-NET(엠넷)에도 압력을 행사했다. TF는 2010년 “엠넷에 김제동쇼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김씨의 소속사는 그해 6월 “지난 4월21일 첫 녹화를 마친 김제동쇼가 5월6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속 미뤄졌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씨는 자진하차했다.

이외에도 한겨레는 2010년 3월 ‘아마존의 눈물’을 제작한 MBC 정성후 CP와 김진만 PD가 ‘좌편향’이라며 국정원은 ‘2010년 방송대상’ 수상작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 왜곡 의혹 등을 제기해 2010년에는 탈락했으나 이듬해 ‘2011년 방송대상’을 받았다.

여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살리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명수 구하기’에 나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 인준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에 사과하며 김명수 후보자 처리절차 협조를 위해 적극 몸을 낮추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직후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이 있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시 추 대표는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국민의당을 맹비난한 바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 ‘적폐연대’라고 발언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일단 국민의당도 사과를 수용하고 나서면서 정국에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유감 표명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다”면서도 “김 후보자 인준과 관련된 절차 협의에는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번 김 후보자 인준안 상정 때도 지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상정 때처럼 당론 없이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의 입장변화에 따라 대법원장 인준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금주 중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벌어진다”며 “정국을 경색시키고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았던 커다란 걸림돌 하나는 치워진 셈”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주의의 보루와 같은 사법부 수장 인준에 ‘땡깡’이 변수가 되는 게 우리 정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관 경력도 없고 법원 행정 경험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은 정권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 발굴 나선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시민들이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발굴조사가 시작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18기념재단은 지난 18일 발굴조사 진행 예정을 알리며 가장 먼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를 가장 먼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교도소는 2015년 북구 심각동으로 이전했으며 옛 부지는 현재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21일부터 24일까지 3공수여단이 주둔했다. 최근 당시 공수부대원이 진술한 암매장 상황을 군이 사실로 판단한 문건이 확인되는 등 암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교도소 담장 안과 인근 야산에서는 5.18 직후 모두 11구의 시신이 암매장됐다가 수습되기도 했다. 기념재단 측은 “당시 계엄군은 광주교도소에서 28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11구의 시신만 발견돼 17명의 시신이 암매장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5.18 관련 행방불명자로 인정된 시민은 82명으로 이중 6명 만이 유전자분석을 통해 시신을 찾았다. 76명은 여전히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재단은 올해 안으로 광주 동구 지원동 제2수원지와 너릿재 인근 암매장 발굴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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