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방미 외교단이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언론비판에 대해 홍준표 대표와 강효상 대변인 등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CNN 인터뷰를 두고 “김정은의 기쁨조”(김문수 전 경기지사), “문 대통령은 탄핵감”(이재만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당 대표(홍준표)가 전술핵 재배치 안되면 자체 핵개발을 통한 핵무장이라도 하자고 극단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어느 보수정당도 핵 문제를 놓고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는 어렵다’, ‘핵우산을 믿어달라’, ‘확장 억제 전략자산을 더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했다”며 “현재 당장 재배치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고 뷰스앤뉴스 등이 전했다. 미국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방미외교단에 대해 여당 뿐 아니라 많은 언론이 빈손 귀국이라고 혹평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행동은 무책임의 극치이고,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위험천만한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언론들도 “빈손귀국”(연합뉴스 뷰스앤뉴스 노컷뉴스 채널A JTBC) “설득실패”(한국경제) “미국 비협조에 보수야당의 ‘전술핵’ 카드 약발 떨어지나”(중앙일보) 등 대부분 빈손 외교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평가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8일 ‘북핵위기대응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방미 의원 외교단 성과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쓴 것을 보고 어이없다”며 “우리가 처음 가서, 야당이 가서 전술핵 배치 해주겠다고 하는 그런 답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가. 그렇게 쓰는 것을 보고 참 어이없게 기사 쓴다고 봤다”고 비난했다.

▲ 자유한국당 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이철우 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당론 전달 등 방미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이철우 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당론 전달 등 방미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대표는 “우리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배경은 슈미트 총리가 구소련의 핵미사일에 대응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때, 미국이 핵우산을 들어서 반대했다”며 “그러나 슈미트는 핵우산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 전적으로 믿기 어렵기 때문에 전술핵 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그것 성사되고 러시아가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헬무트 슈미트 모델”이라며 “만약 미국이 핵우산을 핑계로 끝끝내 배치 안할 경우에 자체 핵무장하는 그런 국제적 명분도 우리는 가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핵개발을 하기 위해서라도 성사될 때까지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자신의 손을 들어보이면서 “제가 특위 위원이고, 언론인 출신인데 이번 방미단에 다녀왔는데 이것이 저의 빈손이다. 빈손으로 돌아와서 죄송하다. 여기에 전술핵을 들고 와야 하는데 전술핵을 못 들고 와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원 4명이 미국에 가서 미국의 종래 방침을 바꾸고 전술핵을 저희가 받아왔다면 이것은 세계적인 톱뉴스”라며 “언론이 도대체 무식해서 이런 기사를 썼다고는 안보고 의도가 정말 악의적”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핵무장 여론선동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홍 대표 말처럼 NPT 탈퇴하면 그 경제제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의 경제재재 때문에 우리 기업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그런 고려도 없이 정치적 수사와 국내 심리전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4개월전 집권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어떻게 선동하듯이 전술핵 재배치하자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무능한 외교력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빈손 외교라는 언론 평가가 어이없다는 홍 대표 주장에 대해 “지난해 사드 문제 때문에 중국가서 조야 인사 만나는 것을 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얼마나 험한 말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다녀온 6명 중엔 국회 정보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본인들의 행동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뻔히 알면서 언론탓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조중동이나 종편이 우리에게 우호적인 것이 아닌데도 이번 방미에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들의 행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트럼프 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안된다는 것을 가봐야 아느냐.결국 방미단 퍼포먼스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홍준표 사이트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홍준표 사이트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안보가 뭐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핵무장론은 북한처럼 국제사회 규범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이며, 원자력발전소 운영도 못하고, 무역도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며 “전쟁 일어나는 상황이거나 전쟁시 발생하는 피해를 낳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핵우산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핵의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방미 의원 외교단의 ‘빈손’ 외교에 대해 김 교수는 “전술핵도 핵우산에 따른 핵억제이지만, 전략핵에 따른 핵우산도 핵억제로, 미국이 우산을 펼치는 것”이라며 “북핵위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니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데 이 때 지혜 모으기보다 비현실적 정략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나라 보수정당도 이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빈손외교가 어이없다, 악의적이라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강효상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빈손 외교라는 평가는) 당연하며 오히려 핵무장의 의도를 드러내는 순간부터 피해가 발생하고, 야당이 핵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비확산 체제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일부 정치인은 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대구시 당협위원장)는 지난 15일 저녁 전술핵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의사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 대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김정은의 기쁨조가 문재인 맞지 않는가. 김정은 기쁨조는 물러가라…문재인 물러가라”고 비난했다.

이재만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대북 800만 달러 지원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대상이 아닌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감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야당 정치인의 그런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앞서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2일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1991년 이후에 우리 정부가 유지해 왔던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약화되거나 상실될 우려가 있고, 또 남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동북아에 핵무장이 확산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문제들은 우리 한반도에 전략적으로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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