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1일을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 위원장 성재호) 조합원 100여명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 앞에 섰다. 오후에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모였다.

조합원들은 두 기자회견을 통해 각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 한양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이원일 이사와 김경민 교수를 향해 KBS 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 주장 배경에는 두 이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구 여권(2015년 당시 새누리당) 추천의 KBS이사라는 점이 있다.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현재 7대4 비율로 이사회에서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2009년 보도본부장 역임 당시 투표를 통해 보도국 기자들로부터 93.5%로 불신임 받은 인사임에도 고대영 사장이 이사회를 통해 사장으로 선임된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시작된 고대영 체제를 막아내고, 이후에도 정권 장악을 견제·감시했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KBS가 망가지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KBS가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파업 11일 째 파업 대책을 묻는 이사회에 수신료로 한 달에 수백만원씩 월급을 받는 이원일 이사는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국민들이 낸 세금이 KBS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애국한양 청년동문회가 공동으로 14일 오후 한양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애국한양 청년동문회가 공동으로 14일 오후 한양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애국한양 청년동문회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사라면 마땅히 고대영 KBS에서 자행된 불공정 방송과 몰상식한 탄압, 경영 악화와 조직 해체 등을 감시하고 견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국정농단의 공범인 KBS, MBC의 언론부역자, 방송장악의 공범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이날 두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그동안 KBS 보도 신뢰도가 추락한 배경으로 보도책임자 등 윗선의 책임을 거론했다. 

현재 북한부 소속인 임종빈 KBS기자는 오후 서울 한양대 기자회견에서 현 고대영 체제 하에서 어떻게 북한 관련 뉴스 ‘발주’가 이뤄지는지 사례를 제시하며 “북한부가 KBS뉴스가 망가지는 데 한 힘 보태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 기자는 “북한에서 이런 이슈가 있으니 분석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윗선에서는) 정치부에서 이런 기사가 나가니까 북한부에서 아무 보도나 해서 (정치부 기사를) 받쳐달라고 한다”며 “최소한 어떤 뉴스를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도 아니며 그냥 한 꼭지 보도를 더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뉴스가 많다고 비판이 들어오면 우리나라 안보와 북한 뉴스가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며 “정말 유능한 기자 시각에서 분석해서 특정 내용을 요구한 것이 아닌, 그냥 (북한보도) 한 꼭지를 더하라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방문 집회를 포함해 지난 12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KBS 이사(방목기초교육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한 것을 두고 이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성재호 위원장은 이에 “10년 전 경찰 군홧발에 직원들이 밟히면서 KBS사장이 쫓겨날 때 (일부 언론들은) 사장 물러나라고 사설과 기사를 쓰지 않았냐”며 “우리가 마치 여당 지시를 받고 집회를 하는 것처럼 또 다른 거짓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양심이 있다면 10년 전 기사를 보고 반성해보시길 바란다”며 “이 문제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