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으로만 떠돌던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설의 단서가 나왔다. 한 청해진해운 임원으로부터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사조직이 투자를 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았다는 증언이 MBC 현직기자를 통해 나왔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이 투서를 받은 MBC의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취재과정에서 외압도 있었다고 전했다.

A기자는 “국정원 관련 보도를 하지 못한 게 있다. 청해진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한 구속된 수감자, 전 임원한테서 편지가 온 적이 있다”며 “국정원이 증개축에 개입을 했고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의 배라는 주장이 담긴 편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 임원이 얘기했던 것은 국정원이 깊숙하게 임원 인사에도 관여했었고, 관리를 계속 해왔고,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의 사조직에서도 돈을 일정부분 투자한 게 있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 투서를 받은 뒤 일부 내용을 보도하기는 했으나, △국정원 직원들의 사조직이 돈을 투자했다는 내용과 △증개축에 개입을 했다는 핵심내용은 누락했다. 이 기자가 투서를 받은 2014년 4월말엔 ‘국정원 지적사항’ 문서는 물론이고 국정원이 포함된 해양사고보고계통도도 알려지기 전이었다.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정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때다.

A기자 역시도, 투서를 받은 2014년 4월말이 청해진해운의 책임이 부각되던 시기라서 청해진해운 측 주장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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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자는 “실제 그걸 좀 취재를 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저희가 매일 뉴스를 만들다 보니까 시간이나 물리적으로 그런게 많이 안됐다”며 “그래서 취재했던 건 국정원에서 어쨌든 깊숙이 관여를 해서 보안문제라든가 CCTV라든가, 취항까지도 계속 늦추려고 하면서 자기들(국정원) 요구사항을 계속 얘기를 했었고 국정원의 결재를 받으면서 취항도 늦어지고 그랬다, 그런 아주 포괄적으로 단편적인 보도만 했다”고 말했다.

A기자는 “세월호를 생각하면 늘 부끄럽고 빚진 거 같다. 당시 국정원과 세월호 선사와의 관계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외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압때문에 보도를 안한 건 아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검찰의 유병언을 향한 돼지머리식 수사에 저 또한 휩쓸리고 놀아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디어오늘이 A기자와 첫 통화를 한 것은 지난해 3월이었으며, 당시 A기자는 청해진해운 임원의 투서를 찾아 본지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며칠 후 A기자는 “당시 받았던 편지는 아무래도 다른 자료와 함께 폐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투서를 보낸 임원을 알려달라는 본지의 요청에 청해진해운 해무이사를 맡고 있던 안 모씨를 ‘면회가보라’는 답변으로 지목했으나, 최근 A기자는 “저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안○○ 이사였다는건 저도 확인이 안 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무이사는 국정원, 항만청, 해경 등 정부기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안 씨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선박안전법 위반 등으로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해당 투서가 수감자로부터 온 ‘손편지’이며, 투서가 온 시점이 4월말로 특정된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해당 임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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