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회장 등 대주주의 방송사유화를 위해 SBS가 동원된 것 관련 SBS 전·현직 사장들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14일 “박정훈 사장은 지난 몇 년 간 제작본부장부터, 예산과 편성을 틀어쥔 대표이사인 부사장, 그리고 사장까지 대주주의 우산 아래 승승장구해 왔다”며 “박 사장은 인제 스피디움과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등 온갖 방송 사유화의 길목마다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SBS와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SBS본부는 지난 13일 윤세영 회장의 아들 윤석민 부회장이 인수한 ‘인제 스피디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윤 회장 부자가 SBS 각종 프로그램을 동원했고 ‘인제 스피디움’ 숙박권을 SBS 등 계열사에 강매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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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이 다수 직책에서 물러나자 박 사장은 “기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SBS본부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지만, 오히려 이는 스스로 배임을 시인한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SBS와 다른 홀딩스 계열사들 간의 갖은 불공정 거래 계약에 직접 서명한 핵심적 인물”이라며 “사퇴 1순위는 박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진=SBS
▲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 사진=SBS

SBS본부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주 윤창현 본부장과 면담을 가졌다. 윤 본부장은 ‘불가역적 소유-경영 분리’ 등 조합 요구안을 박 사장에게 전달하며 대주주와 면담을 요청했고, 박 사장은 “자신이 책임지고 중재해 보겠으며, 안되면 물러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조율 없이 대주주는 사임을 발표했다.

SBS본부는 “대주주의 사임이라는 ‘결단’이 조직 내에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위기 때마다 반복해 온 ‘눈속임’”이라며 “제도적으로 불가역적인 소유-경영의 완전한 분리’의 조건을 단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SBS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보도책임자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대주주의 방송사유화에 함께 책임이 있는 SBS전직 사장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SBS본부는 이웅모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 우원길 회장 보좌역, 김진원 고문 등 전직 SBS 사장들을 언급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내내 대주주의 일탈에 대해 직언하고 방송독립성과 자율성을 수호하고 SBS의 수익 유출을 막았어야 할 당신들이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사유화와 경영농단의 손발 노릇을 했던 당신들도 함께 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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