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 윤세영 회장(SBS 명예회장)과 아들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가 11일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윤 회장이 SBS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부를 도우라는 내용의 ‘보도지침’을 보낸 사실을 노조가 폭로한 지 6일만의 결정이다. 

이날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했지만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이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비상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SBS 이사 임면권은 행사하겠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자신이 SBS 보도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며 개입 경위를 밝혔다. 윤 회장은 “지난 5년 사이에 많은 경쟁 채널과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탄탄대로를 달리며 미디어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 대열에서 점점 뒤쳐졌다”며 “ 지상파라는 무료 보편서비스의 위상이 뿌리 채 흔들리며 차별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저는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회장 판단에는 문제가 없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회장은 “오늘, SBS의 제2의 도약을 염원하며, SBS 회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한다”며 “윤석민 의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다. 또한 SBS 미디어 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 허브와 SBS 플러스의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도 모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석민 의장은)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 홀딩스 비상무 이사 직위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SBS 대주주는 상법에 따른 이사 임면권만 행사하고 경영은 SBS 이사회에 위임하여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하여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이날 윤 회장의 입장을 두고 “회사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미봉책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SBS 대주주가 임면권을 쥐고 있는 한 SBS 간부들이 대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BS본부는 향후 구체적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주주가 입장을 내자 SBS 사측도 이날 입장을 냈다.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은 “윤세영 회장님의 갑작스런 퇴임을 접하고 비통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음의 후속 조치를 발표한다”며 “여러분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사임과 동시에 SBS와 SBS 프리즘타워 집무실을 없애고, 사무실이나 회의실로 전환하여 사원들의 부족한 업무공간을 확충할 것과 비서팀도 해체하여 현업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SBS 사규와 편성 규약에 따라 보도, 제작, 편성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방송의 최우선 가치로 받들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보장할 것”이라며 “조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본부책임제를 확실히 이행하겠다. 앞으로 본부, 실, 센터내의 인사도 해당 본부, 실, 센터장이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SBS이익이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주사, 계열사, 자회사 등 모든 거래관계에서 부적절한 특혜를 주었거나 외주사 등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한 것은 없는지 등을 조사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SBS 수익 빼돌려 대주주 배만 불리나”]

SBS본부는 지난 5일 노보를 통해 윤 회장이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내용의 지시나 보도지침을 전달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해 4월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고, 같은해 9월에도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윤 회장이 ‘보도지침’ 문건을 통해 “협찬과 정부광고유치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한 것도 드러났다. 4대강 비판보도를 하던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윤 회장이 독대한 사실이 공개돼 이에 윤 회장이 ‘외압이 아닌 토론’이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 SBS 보도지침 있나…노조 “박근혜 지원·광고영업 지시” 폭로]

[관련기사 : SBS 환경전문기자, 4대강 보도 이후 외압 정황 8년만에 폭로]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