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구성원들이 지난 4일부터 언론적폐 청산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공영방송 문제를 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3분의 1만이 KBS·MBC 파업을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영방송 현안 긴급 질의 결과, 총 23명 위원 중 응답한 8명(더불어민주당 3·국민의당 3·정의당 1·새민중정당1) 전원이 ‘KBS·MBC 구성원들의 제작거부와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고용진·김성수·유승희 위원이, 국민의당에선 신용현·오세정·최명길 위원이 공영방송 파업 지지 입장을 밝혔다. 비교섭단체 위원으로는 추혜선 정의당 위원과 윤종오 새민중정당 위원이 이번 파업을 지지했다. 신상진 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위원 9명 전원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위원은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긴급 설문조사에 응답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 모두 KBS·MBC 동시 파업 지지와 연내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구성·디자인=강성원·이우림 기자
미디어오늘 긴급 설문조사에 응답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 모두 KBS·MBC 동시 파업 지지와 연내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구성·디자인=강성원·이우림 기자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제작거부와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당과 의원별로 조금씩 달랐지만 응답 위원 전원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복수 응답으로 4명의 위원이 ‘해직언론인 복직과 부당노동행위·해고·전보·징계 등 언론인 탄압을 막기 위해’라고 했고, ‘지난 정권의 적폐 인사들을 청산하기 위해’라고 답한 위원도 1명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에선 이번 공영방송 파업의 주요 원인을 지난해 7월 국회 과방위에 발의된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과 같은 개혁 입법이 제때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어도 박근혜 정권에서 김장겸 MBC 사장이 선임되거나 KBS와 MBC가 동시 총파업 사태까지 가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KBS를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겠다는 문구를 새긴 손수건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KBS를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겠다는 문구를 새긴 손수건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회 과방위에 1년 넘게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은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여야 7대 6 추천으로 바꾸고,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등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적폐 청산과 개혁 과제를 ‘방송장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은 지금도 이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다른 대안 입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 질의에선 응답 위원 모두 ‘연내에 방송법 등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과 관련해선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대로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위원들만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위원은 “정당 추천을 배제하고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추천위원회가 공개적인 심층토론이나 면접을 거쳐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오 새민중정당 위원은 “공영방송 내부구성원과 노동조합 등의 추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MBC 기자 출신의 최명길 위원은 “특히 MBC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을 자행한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조속한 시일 내 엄정하게 이뤄져야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지난해 발의된 방송법 등 지배구조 개선법을 우선 처리하도록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위원은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금 당시 법안의 문제점을 거론하거나 또 다른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논란만 가중해 문제 해결을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번 국회 회기에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가 공영방송 사장으로 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 파업 철회에 충분한 명분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와 집권 여당도 방송사 사장 선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약속하고, 구법 체제로 선임된 방송사 사장들은 새로운 제도에 따라 명예롭게 퇴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YTN과 연합뉴스·서울신문· 아리랑국제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응답 위원 8명 중 7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