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PD 다수가 속해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4일,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이 7일 파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고대영 KBS 사장이 오는 9일 해외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이 오는 7일 2011년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며 언론 단체들이 고 사장(당시 KBS 보도본부장) 등 KBS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에 착수한 상황에서의 출장이라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고 사장은 오는 9일 해외로 출국해 17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루마니아 시나이아, 이탈리아 로마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PBI(공영방송대회) 등 행사 참석이 이유라지만 지금 상황은 도청 의혹 사건 재수사가 개시됐고 게다가 KBS 구성원들이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중단과 총파업에 나선 상황”이라며 “KBS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공영방송을 청와대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고 사장이 세계공영방송 대회에서 연설하고 축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이날 100여 명이 넘는 KBS 기자·PD들은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크게 항의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이날 100여 명이 넘는 KBS 기자·PD들은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크게 항의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러면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검찰은 고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대표적인 언론 적폐 사건(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전모가 드러나려는 지금 주요 수사 대상자의 장기간 해외 출장은 명백한 수사 도피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은 지난 2011년 6월 KBS 기자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몰래 녹음해 그 내용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 다음날, 한선교 의원이 ‘녹취록’이라며 회의 내용을 폭로해 불법 도청 논란이 일었다.

KBS ㄱ기자가 핵심 도청 당사자로 지목됐으나 그는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KBS 기자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임창건 KBS 아트비전 감사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KBS가 관련 문건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회사의 업무 성격상 대외 업무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관장했다” 등의 발언을 해 사건은 재점화됐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27일 당시 KBS 사장이었던 김인규 경기대 총장, 한선교 의원과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현 사장, 이강덕 전 KBS 정치외교부장,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정치외교부 ㄱ 기자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의 고발인 조사는 고발장 접수 40여일 만이다.

● 알려왔습니다. 

KBS는 오후 6시 ‘파업 복귀 호소문’을 통해 “고대영 KBS 사장은 2018년도 세계공영방송 총회(PBI) 주최국 대표 자격으로 오는 9일부터 개최되는 2017년도 세계공영방송 루마니아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발표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 고조에 따라 오늘 오후 해외출장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개최국에 양해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회사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도 전시, 사변, 천재지변 기타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하고 비상방송 등 사태해결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직능단체, 그리고 직원 여러분께 호소한다. 국가기간방송사이자, 공영방송인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국민을 위해 업무에 즉시 복귀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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