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9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오후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조합원들이 참석해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치며 항의했다. 이날 행사 소식을 방송사들은 저녁메인뉴스에서 어떻게 전했을까?

한국방송협회 회장인 고대영 KBS 사장은 이날 행사를 참여하는 과정에서 총파업을 예고한 KBS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와 함께 거센 항의를 받았다.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이 소식을 ‘간추린 뉴스’(단신)로 다뤘다.

KBS는 “제 54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고대영 한국방송협회 회장 겸 KBS 사장은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UHD 중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며 “오늘 행사에는 언론노조 KBS 본부와 MBC 본부 조합원들이 방송 공정성 회복과 두 방송사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행사가 일부 차질을 빚었다”고만 다뤘다.

▲ 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김장겸 MBC 사장 역시 이날 행사에서 MBC 구성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았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가 문화방송 김장겸 사장 등 지상파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며 “그런데 행사장 앞에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몰려와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짧게 전했다.

KBS와 MBC 모두 자신들의 사장이 행사에 참여한 사실과 노조가 사장퇴진을 요구한 사실을 앵커가 한 문장씩 전했다.

SBS는 두 방송사보다는 길게 이 소식을 전했다.

이날 ‘8뉴스’에서 앵커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가 오늘(1일) 열렸다”며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는 노조원들의 외침 속에 행사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또한 “총파업 상황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자가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거세게 항의한다. 고대영 KBS 사장은 물리적 충돌을 피해 직원 통로로 미리 행사장에 입장했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를 대독한 소식, 언론노조 KBS본부와 MBC본부가 오는 4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사실, KBS가 9시 뉴스를 20분 단축하기로 한 소식 등을 함께 전했다.

▲ 1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1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이날 뉴스룸에서 “KBS·MBC 총파업 앞두고…‘방송의 날’ 기념식, 대거 불참”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요 정당 대표 등이 불참한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JTBC는 “사실상 방송의 날 행사가 파행이 된 것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오는 4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라며 “행사에 참석할 경우 여권에서 언론 적폐로 지목한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과 자리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KBS·MBC 구성원들이 거세게 항의한 소식은 기자나 앵커 멘트 없이 화면으로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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