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이 ‘댓글공작’ 결과를 MB정부 청와대와 군 수뇌부들에게 매일 보고했다는 전 심리전단 간부의 증언을 보도하지 못했던 KBS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KBS 국제부 소속 이재석 기자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기자회견을 통해 MB 정부 청와대가 군 댓글공작에 깊게 관여했다는 김기현 전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의 증언이 KBS에서 보도 거부됐다고 폭로했다. 이 기자와 KBS 기자들은 보도가 어려워지자 유튜브를 통해 취재물을 공개했다.

KBS 기자들에 따르면 보도를 위해 지난 8일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이 김환주 KBS 통합뉴스룸국장(구 보도국장)을 만나서 TF팀 구성을 요청했지만 거부됐고 이 기자가 사회2부 법조팀으로 파견돼 취재하는 방안도 끝내 무산됐다.

▲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으로서 댓글공작에 가담했던 김기현씨. 김씨는 이재석 KBS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심 고백을 했다. 그의 증언은 MB 정부 청와대가 군의 댓글공작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한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동영상
▲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으로서 댓글공작에 가담했던 김기현씨. 김씨는 이재석 KBS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심 고백을 했다. 그의 증언은 MB 정부 청와대가 군의 댓글공작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한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동영상
보도국장단이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물증을 요구했고 보도 이후의 보수 진영 반응을 우려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김 전 과장이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안보특보’를 맡았던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김 전 과장이 자신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수사를 촉구하며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증언의 신빙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김 국장은 30일 “제보자 증언이 전부인 상황에서 제보자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 명함을 가지고 선거 운동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재석 기자는 31일 오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 국장을 비판했다. 이 기자는 △보도국장단이 갖고 있는 부당하고 편의적인 물증주의 △TF팀 구성은 물론 ‘사회2부 파견’도 오랜시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비판했다. 보도를 위해 보도국장단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자는 “취재 내용을 소상히 학습하지 못한 채로 날마다 발생 뉴스를 소화하기에도 바쁜 법조팀이 무슨 엄청난 물증을 수집할 수 있겠으며 가장 중심에서 취재해야 할 기자가 국제부에서 데일리 생방송을 하는 판국에 무슨 진전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 군 댓글부대 청와대 개입 특종을 한 이재석 KBS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군 댓글부대 청와대 개입 특종을 한 이재석 KBS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이 사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31일 “댓글공작을 벌인 해당 부서에서 부단장을 했던 책임자가 얼굴을 공개했다”며 “그러고선 ‘내가 직접 보고했다’며 스스로 처벌을 감수하고 실명을 공개했는데 증거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씨는 “군 정보기관에서 한 일인데 수사권도 없는 기자가 이 이상으로 어떻게 증거를 확보하느냐”며 “보수 진영에서 문제 삼을까봐 안 된다는 논리면 진보 진영에서 문제 삼아도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 건데 그러면 무엇을 보도하나. KBS 총파업의 이유가 이해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KBS를 비판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1일 “군 당국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재수사 통해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위중한 제보를 눈감고 귀 막은 KBS 경영진 또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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